신용 낮은 개인·기업 은행 문턱 더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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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부터 기업과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기준이 지금보다 강화된 바젤II로 바뀐다고 지난해 12월 31일 밝혔다. 대출 고객에 대한 신용평가가 정교해져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과 개인의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일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의 은행 대출 문턱은 높아진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바젤Ⅱ 시행으로 BBB등급과 B+등급의 신용대출 금리 차이는 2%포인트에 달했다. 지금은 두 등급 간 금리 차이가 1%포인트다. 은행들은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등 폭을 크게 설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은 주거래 은행에 거래를 집중하고 연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용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기업도 회계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위험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중소기업의 10억원 미만 여신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75%로 하향 조정해 급격한 대출 위축을 막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범위에 매출액 600억원 이하 기업 이외에 총자산 600억원 이하 기업도 포함하기로 했다.

바젤II가 시행되면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이 약 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 당국은 은행들이 내부 유보와 다양한 자본 확충을 통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BIS 비율의 산출 방법과 관련, 국민은행만 금융 당국으로부터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활용하는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았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내년 중에, 다른 은행은 2009년까지 내부등급법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바젤Ⅱ=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하는 은행 감독의 국제 기준인 BIS협약(바젤Ⅰ)을 강화시킨 신BIS협약. 은행이 위험자산(대출)에 대비해 필요한 자기자본을 쌓을 때 위험가중치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개별 자산의 위험 정도에 따라 자기자본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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