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화제>입양장애아 육아일기 낸 김종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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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장애아를 처음으로 국내에 입양시킨다는 입양원에서는 장애 아이를 데리고 갈 우리가 못미더워 수속도 해주지 않았다.입양 신청서만 쓰게 하고 아이를 당분간 키워보라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데리고 오라고까지 했다.이제 재혁이는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바꿀수 없는 선물이 되었다.』(91년 7월16일) 태어날 때부터 한쪽 팔이 없는 선천성 장애아를 91년 7월 입양한 김종우(金鍾禹.38)씨가 그 과정의 애틋함과 보람이 알알이 밴 육아일기 『내가 촛불이야? 꺼지게』(심음과 거둠刊)를 펴냈다.현재중학교 2학년인 아들 재경이와 중학 교 1학년인 딸 현성이 남매가 어엿이 있는데도 장애아를 입양한 金씨의 모닥불 같은 이야기는 과연 진정 값진 삶이란 무엇인가를 이 정초에 새삼 반추케한다. 『처음에는 얼마 동안만 키우다 다시 돌려보내는 위탁양육을 생각했습니다.그러나 91년 7월 성가정 입양원에서 9개월 된 재혁이의 맑은 미소를 보는 순간 입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조그마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盧聖大.44) 의 격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金씨는 경기도광명시 18평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비록 넉넉지 못한 가운데 다섯 식구가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감사와 행복으로 충만하다며 밝게 웃는다.
『입양을 그렇게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많든 적든 가진 것을 나누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합니다.정성을 쏟다 보면 자신이 직접 낳은 애들에게서 보다 오히려 큰 사랑을 느끼게됩니다.』 아이 둘을 낳고 섣불리(?) 불임 수술을 받았다는 金씨는 아이들이 무작정 좋아 입양을 결심했으며 이왕 뜻을 세운바에야 남들이 눈돌리지 않는 장애아를 입양키로 했다고 밝혔다.
장애아 입양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재혁이가 「난 비행기 조종사가 될거야」「엄마,이 팔은 왜 안자라」하고 묻거나,동네 개구쟁이들이 웃옷을 벗기고 놀릴 때면그 애를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재혁이가영리하고 총명하며,특히 미술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는 등 재능도많아 비교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서 밝고 맑게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핏줄을 지나치게 의식,인공수정을 해서라도 「내 아이」를 갖겠다는 사고방식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습니까.경우에 따라서는 남의 아이도 내 아이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때 우리사회는 한결 살 만한 곳으로 바뀔 것입니다.』 지금의 생활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는 金씨는 『욕심이라면 이 책이 잘 팔려 재혁이가 좀더 넉넉한 공간에서 자랄수 있도록 몇평이나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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