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FTA 비준안 17대 국회가 처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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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내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28일 이 당선자와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유일하게 합의한 정책 사안이다. 이 당선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미국시장을 먼저 겨냥했다는 것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한 노 대통령의 결단을 치하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같이 힘을 합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하자”고 답했다.

사실 정권을 넘겨줘야 할 현직 대통령과 정권을 넘겨받아야 할 대통령 당선자 사이에는 정책적 간극이 적지 않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많은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볼 때 두 지도자가 한·미 FTA 비준에 관해서는 한 치의 틈도 없이 의견의 일치를 보인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미 FTA의 성사가 정권교체를 넘어서 나라의 장래에 꼭 필요하고 절실한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 당선자와 현직 대통령이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협력을 다짐한 이상 이제 한·미 FTA의 최종 성사 여부를 가르는 운명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내년 2월 국회는 사실상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될 공산이 크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은 가급적 비준안 처리를 다음 국회로 넘기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을 것이다. 특히 총선에서 농촌 지역에 출마를 희망하는 의원들은 지역구의 표심을 의식해 선뜻 비준안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현직 의원들 중에는 한·미 FTA 비준을 공공연히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모름지기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의 이익을 넘어 전체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국회는 지역구의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비준안 동의는 17대 국회가 국민의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역사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