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어김없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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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서 열린 황금돼지 저금통 개봉식에서는 1년동안 모아진 성금 1억4000여만원이 쏟아져 나왔다.

‘얼굴없는 천사’가 전주시에 또 나타났다. 천사는 매년 이맘때쯤 벌써 8번째 출현했다.

전주시는 27일 “이름을 알수 없는 독지가가 현금 2000만원과 돼지 저금통이 든 복사용지박스를 노송동 사무소에 놓고 갔다”고 밝혔다.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이 독지가는 이날 오전 11시쯤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지하주차장 옆 화단에 돼지 저금통이 있으니 가져 가라”고 말했다. 박스 안에는 100만원씩 묶은 현금다발 20개와 29만80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얼굴없는 천사’로 불리는 독지가의 선행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성탄절이나 연말을 전후해 매년 한차례씩 지금까지 8회에 걸쳐 총 5400여만원을 기탁했다.

첫해에는 58만여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현금 800만원과 동전 51만321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불우한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담긴 쇼핑백을 두고 가기도 했다.

한편 전주시가 26일 개봉한 이웃돕기 황금돼지 저금통에서는 1억4000여 만원이 쏟아져 나왔다.

전주시는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올 초 시청 현관에 이 저금통을 설치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펼쳐왔다. 각 구청과 동사무소, 은행·농협을 비롯한 금융기관 점포 등 128곳에 새끼 돼지 저금통을 분양해 동참을 유도했다.

이 모금운동에는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동참이 이어졌다. 지난 9월에는 경기도에 사는 유모(82세)씨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000만원을 이 저금통에 넣었고, 해바라기 봉사단·울타리 봉사단 등 참여도 줄을 이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사랑의 나눔 운동이 널리 확산돼 시민 모두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모아진 성금은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돕기에 쓰겠다”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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