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이 달라졌다…국립대 법인화 4년 ② 시라이 가쓰히코 와세다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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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 가쓰히코(白井克彦.68.사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총장은 10월 개교 125주년을 맞아 '제2의 건학'을 선포했다. '국제 인재 육성 대학, 사회 공헌 연구 대학, 아시아의 지식 공동 창출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만난 시라이 총장은 "성숙화.다양화.세계화 등 사회의 근본 변화에 맞춰 대학을 개혁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립대 법인화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사립대에 법인화는 상당한 압력이 됐다. 사학은 재정이나 우수 학생 유치 면에서 국립대보다 불리하다. 정부는 사립대도 보조하지만, 국립대에 비하면 매우 빈약하다. 사립대는 돈이 없어 열심히 경영을 개혁해야 한다. 정부 규제는 없지만, 위험성이 높은 자금 운영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 재정을 늘리고 있는가.

"좋은 학생과 교수를 유치하고, 교육.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특히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위탁 연구 등 산학협력으로 연간 100억 엔(약 822억원) 정도 벌지만, 연구비로 쓸 뿐 운영자금은 아니다. 그래서 절약을 하고, 기부금 모금에 힘쓰고 있다. 졸업생들이 많이 낸다. 올해 200억 엔을 목표로 정했는데, 170억 엔이 모였다."

-경쟁이 심한 국제화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글로벌 시대에는 정부.기업.대학이 단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중심에는 지식 거점이자 창조성의 원류인 대학이 있다. 그래서 대학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5개 국립대와 협력관계에 있다. 그리고 대학과 학생들이 지역에 공헌하고, 국민과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 이공학부 교육방식을 개편하고 대학원 교육개혁도 추진하고 있는데.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를 맞아 일류 기업에 들어가면 평생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생활 스타일과 가치관이 다양화하면서 개인의 책임이 커졌다.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가장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발견과 해결 능력, 끝없이 배우려는 의지 등을 키우는 교양교육이 매우 중요해졌다."

-제2의 건학 목표에서 국제화를 특히 강조한 이유는.

"국제화는 와세다의 목표다. 세계를 의식한 글로벌 감각을 가진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환경.안전보장 등 우리가 처한 문제들이 거대화되면서 개별 국가만으로는 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는 가치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서로가 타협해 해결해야 한다. 그런 능력을 가진 학생을 키우기 위해선 학생들이 이(異)문화 속에서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인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외국과의 교류를 넓혀야 한다."

-아시아 대학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데.

"와세다는 개교 당시부터 아시아에서 인기와 지명도가 높았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아시아 대학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아시아 지식의 거점 대학으로 발전할 계획이다. 아시아 사이버 대학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환경 등 국제 문제에 대해 정책을 제안하거나 각국에서 활약할 인재를 배출할 것이다."

-외국 유학생 유치에 열심인데.

"학생 5만7000명(학부 4만6035명) 가운데 외국 유학생이 2400명 정도이고, 와세다 출신 1000명 정도가 외국에 유학 중이다. 이른 시일 내 외국 유학생과 와세다 유학생을 각각 8000명 정도로 늘리고 싶다. 이를 위해 5000명이 들어갈 기숙사를 만들려 한다. 외국인 교수 비율도 10%에서 20%로 늘릴 방침이다. 캠퍼스 국제화를 위해 모든 학생이 토플 550점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도쿄=오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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