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멍 드는 상장지수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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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그런데 일반적인 인덱스펀드보다 더 저렴한 인덱스펀드가 있습니다. 바로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입니다. 일반적인 인덱스펀드는 판매 보수가 있는 반면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므로 신탁보수에 판매사 몫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매매 수수료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매매한다면 펀드 판매 보수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매매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국내의 경우 일반적인 인덱스펀드보다 0.4∼0.5%가량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ETF는 1992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저렴한 비용과 거래의 편의성을 무기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6년 말 미국의 ETF는 386조원으로 전체 인덱스펀드 810조원의 40%를 넘고 펀드 수도 360개에 달합니다. 한국에서 ETF는 2002년 도입돼 현재 20개(해외 ETF 제외), 총 2조3000억원으로 전체 인덱스형의 43%를 차지합니다.

한국 최초의 ETF인 ‘KODEX200’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25.6%)은 인덱스형 평균(25.1%)을 0.5%포인트 웃돕니다. 이는 ETF의 비용효과 덕분입니다. 이 펀드의 연간 보수율은 0.52%로 최근 5년간 인덱스펀드 평균 보수율(1.39%)보다 0.87%포인트 싸고, 현존하는 인덱스형의 평균 보수율(1.06%)보다 0.54%포인트 저렴합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ETF의 장점으로 인해 10년 내로 ETF가 일반 인덱스형 펀드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ETF를 이용한 초단기 투자자가 늘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ETF가 초단기 투자자인 ‘데이 트레이더’를 위한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합니다. 거래 비용이 싸다고 단기 투자를 하게 되면, 보수가 싼 덕분에 장기 투자로 누릴 수 있는 복리 효과가 줄어듭니다. 또 업종지수·스타일지수·국가별지수를 이용한 ETF가 점차 늘어나고 전문화되면서 정보력이 약한 개인들의 투자 위험이 오히려 증가하는 역기능이 발생합니다. 한마디로 저비용 및 투자의 간편성을 무기로 한 인덱스펀드의 장점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 같아 걱정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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