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북스>"닉슨 메모"MARVIN KALB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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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원제 『The Nixon Memo』.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했던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마키아벨리적 정치성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책.책이름으로 사용된「닉슨 메모」는 지난 92년 닉슨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정적.외교적 지원 확대를 촉구한 문서로 닉슨은 이 메모를 소수의 외교전문가들에게 누출시키는 동시에 잡지와 신문 기자들에게 슬쩍 흘렸다.「냉전에서 패배하는법」(How to Lose to Cold War)란 제목을 달고 나돈 이 메모는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흠 잡고 있다.
이책이 집중적으로 조명한 부문은 정치와 언론의 상호관계.경쟁사와의 취재전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비밀문서 보도에 얼마나 열을 올리고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꼬집는다.이 메모를 통해 닉슨은 스캔들로 실추된 자신의 이미지 회복을 우선 노렸다.
외교가의 숨은 실력자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
92년 닉슨은 외교정책에 관한 토론회를 연다.그는 부시대통령이 참석하기를 희망했지만 직접 초대할 뜻은 없었다.그 임무를 보좌관들이 떠맡는다.닉슨은 러시아에 관한 메모를 작성한 후 이문건을 주위에 나돌게 만든다.
우연하게도 이 메모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동시에 보도된다.결과적으로 닉슨은 언론의 전면에 부상하게 되고 마치 부시행정부의 외교노선과 갈등을 일으키는 선두주자격으로 떠오른다.단한건의 비밀스런 문서를 언론에 슬쩍 흘림으로써 닉슨의 위치는 일순간에 높아진 것이다.〈Univ of Chicago Press刊.2백48쪽.19.95달러〉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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