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겨냥한 실무형 保守내각-12.23 전면改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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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개각은 말그대로 조각(組閣)수준으로 한데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총리를 비롯해 16부 장관과정무1,2장관을 교체했고 장관급인 안기부장과 비상기획위원장.평통사무총장등도 모두 경질됐다.정부의 장관급 인사 25명중 21명의 면모를 일신했다.
개각의 특징은 크게 세갈래로 볼 수 있다.우선 청와대의 발표처럼 金대통령의 집권중반기 국정운영지표인 세계화에 걸맞은 인물들을 선정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있다.
金대통령은 24일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내각에 세계화를 본격 추진하는 것이 새 내각의 첫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각의 특징은 참신성이나 도덕성보다는 업무 장악력에 비중이 두어졌다.이런 金대통령의 인식변화는 앞으로 당분간 여러 국정운영에서 잣대가 될 것이다.
새 인물이나 뜻밖의 인물은 거의 없다.정권출범초와 지난해12월 개각때의 깜짝쇼와는 크게 다르다.대체로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장관으로 기용했다는 얘기다.金대통령이 새해에 접어들면서 세계화 드라이브를 강력히 몰고갈 것이라는 예감을 갖 게한다.
민주계 실세(實勢)들의 2선후퇴와 민정계의 부각은 정치적 함축을 갖는 대목이다.당에서 내각에 들어온 6명중 김용태(金瑢泰)내무.김윤환(金潤煥)정무1.김중위(金重緯)환경부장관등 민정계의원들이 대거 입각했다.물론 이들은 모두 金대통령 이 3당합당뒤 당대표 또는 대통령후보시절 신민주계(新民主系)로서 누구보다金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물들이기는 하다.
비교적 정치적 색채가 별로 없는 이번 개각에서 金내무와 金정무,徐총무처장관의 경우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 인사로 볼 수 있다. 金대통령의 민주계 일선후퇴 조치는 일찌감치 예고됐다.金대통령은 민주계의 내분과 민주계 실세들의 발언등에 대해 질책하고집권 중반기를 맞아 행정경험을 중시한 각료구성을 통해 세계화의업적을 남기고 싶었는지 모른다.
물론 金대통령의 이런 인사는 내년 지자체 선거와 민자당 전당대회등 정치 성수기를 맞아 여권(與圈)의 단합을 과시할 필요도있었다.민정계와 공화계의 반발이나 체념속에서는 선거를 효과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정치적 배려가 작용했음직하다 .
따라서 金대통령은 이번 개각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또 정치적으로는 민주계가 당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부담스런 인물들을 사전에 당에서 빼버리는 구상일 수도 있다는 얘 기다.마찬가지로 지자체 선거와 세계화 추진작업이 신통찮으면 민정계 중용은한시적일 수도 있다.
이와함께 내각의 보수화도 눈에 띈다.특히 외교안보팀의 경우가심하다.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김덕(金悳)통일부총리.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 기용에다 유종하(柳宗夏)외교안보수석 임명등은 모두 전임자에 비해 보수적인 인사다.
이번 개각의 특성은 일단 행정경험을 중시한 세계화.전문화와 민주계 후퇴및 민정계 부상,보수화 등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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