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새 정부 인사 ‘개자추 고사’ 되새기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옛날 중국 진(晉)나라에 문공(文公)이라는 명군이 있었다. 그가 부왕의 버림을 받아 19년간 타국을 떠돌며 망명생활을 할 때 9명이 그를 수행하며 지극 정성 보살폈다. 한번은 양식이 떨어져 모두가 허기에 지쳐 있을 때 개자추(介子推)가 자신의 허벅지를 베어 고깃국을 끓여 주군을 대접했다.

문공이 왕위에 오르자 너도나도 공신이라며 줄대기와 자리 다툼에 혈안인 걸 본 개자추는 크게 실망한 나머지 오로지 주군의 성공을 바라며 부귀영화를 헌신짝같이 버리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문공이 요직에 기용하기 위해 그를 불러내려 했으나 도무지 듣지 않자 은거하고 있던 산에 불을 질렀지만 끝내 나오지 않고 노모와 함께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문공은 크게 슬퍼하며 그의 충정을 기리고자 그가 죽은 날에는 뜨거운 음식을 먹지 말도록 했다. 이를 한식(寒食)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풍습이 지켜지고 있다. 개자추 사건 이후 문공은 크게 깨친 바가 있어 인재를 기용할 때 친소는 배제하고 오로지 능력과 자질 본위로 했기 때문에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후세에 추앙받는 명군의 반열에 오르게 됐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 중 국민에게서 추앙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 추앙은 고사하고 대부분 실패한 집권자로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다. 이는 능력과 자질을 보지 않고 논공행상에 의한 정실과 보은을 위주로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요직을 해당 분야 문외한들이 차지하게 됐고 그 결과 국정은 국민의 기대에 역행했던 것이다.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자리 차지해 보려고 힘있는 인사에게 줄을 대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가슴이 죄어든다. 대통령 당선자는 위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퇴임 뒤 국민의 존경과 추앙을 받았으면 한다.

 
우승남 wsn737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