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싼 수입차 한 달 팔아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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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방배동 SK네트웍스 수입차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전시된 차량들을 살펴보고 있다. [양영석 인턴기자]

24일 오후 SK네트웍스의 수입차 브랜드인 S모빌리언스를 파는 서울 방배동 전시장. 평일인데도 네 무리의 고객으로 북적였다. “아우디 A6와 벤츠 E350는 어떻게 다르죠?” 고객의 질문에 세일즈 컨설턴트가 매장에 나란히 전시된 두 차종 앞에서 손짓을 하며 설명했다. 류지환 소장은 “한 브랜드만 취급하는 공식 수입업체 매장과 달리 여러 차종을 한꺼번에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날 BMW 535i 구입 계약을 했다는 박모(44)씨는 이날 남편과 다시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아우디와 BMW 공식 업체에서 직접 시승 해 본 뒤 계약은 SK네트웍스에서 했다”며 “1000만원 이상 가격 차가 나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미국서 들여온 고급 수입차를 팔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공식 업체보다 6~17% 싼값에 수입차를 파는 시도가 고객 호응을 얻으며 자리 잡고 있다.

◆한 달 새 벤츠 70대 팔아=여러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비공식 전시장은 방배동과 경기도 분당 두 군데다. 공히 지난달 22일 문을 연 이후 한 달여 판매한 수입차는 130여 대. 연말까지 판매 목표인 150대를 거뜬히 넘길 것으로 기대했다. 김봉기 세일즈 컨설턴트는 “솔직히 1억원 넘는 차를 사는 부자들이 1000만원 정도 싸다고 물건 올 때까지 한 달씩 기다려 줄까 반신반의했다. 해 보니 고급 수입차 고객들도 100만~200만원에 움직이더라”고 말했다.

벤츠(S600, S550, E350)가 가장 인기여서 70여 대 팔렸다. 벤츠 공식 수입업체가 이 세 모델을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16개 매장에서 1492대, 한 달 평균 135대 판 것에 비해 적지 않은 수치다. 이 밖에 BMW가 20대, 아우디 15대, 렉서스와 도요타 캠리가 합쳐서 25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차의 출고는 이달 14일부터 돼 아직 애프터서비스(AS) 부분은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류 소장은“일부 공식 업체는 엔진오일을 갈려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고객 불만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는 스피드메이트 체인을 통해 곧바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식 업체의 견제=SK네트웍스의 수입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공식 수입 업체의 견제가 만만찮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이달 초 “SK네트웍스의 수입차는 안전성이 떨어지고 AS를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는 이달 들어 “공식 딜러로 고객들이 오인할 수 있으니 전시장과 보도자료에서 로고를 쓰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SK네트웍스에 보냈다.

공식 업체와 SK네트웍스 사이의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SK네트웍스가 렉서스 LS460L 5인승 모델을 1억4400만원에 내놓자 한국도요타는 이달 초 기존 4인승 모델보다 2000만원 싼 1억4300만원에 같은 모델을 내놨다. 이에 맞서 SK네트웍스는 값을 두 차례 더 낮춰 1억2000만원대까지 떨어뜨렸다.

장세찬 SK네트웍스 과장은 “공식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수입차 값의 거품이 점점 빠질 것”이라며 “차값은 물론 부품과 공임 가격 거품까지 제거해 내년엔 2500대를 파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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