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O’ 모임에서 지켜야 할 예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호 29면

와인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보르도 지역 와인 ‘2003 샤토 소시앙도 말레(Chateau Sociando Mallet)’.

연말연시는 파티 시즌이다. 송년회네, 크리스마스 모임이네 하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일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신나게 와인을 마시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요새는 일이 대강 정리되면 와인을 직접 가져가도 되는 레스토랑에 마이 컬렉션을 몇 병 들고 가 친구들과 와인 송년회를 열고 있다.

사실은 지난 주말에도 각자 다른 레스토랑에서 남동생은 남동생대로, 나는 나대로 친구 여섯 명을 모아 와인 송년회를 했다.

나는 이럴 때 참가비는 각자 부담하게 하지만 와인 요금은 제외시킨다. 와인은 어차피 혼자 마시는 음료수도 아니고, 돈 대신 친구들과 와인의 맛과 향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챙길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와인을 들고 가도 되는 레스토랑은 결코 많지 않지만 최근에는 서서히 늘고 있는 추세고, ‘BYO(Bring Your Own)’라는 서구식 명칭으로 부르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BYO가 가능한 레스토랑`이란 와인을 들고 가도 되는 가게를 뜻한다.

단, BYO 레스토랑도 다양해 병당 5000엔을 받는 가게, 병 수를 제한하는 가게, 글라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경우 그 수만큼 요금을 더 받는 가게, 그리고 비싼 와인을 가져올 때는 요금도 비싸게 쳐 받는 가게(이런 곳에는 절대 들고 가지 않지만) 등 천차만별이다.

‘이곳이면 들고 가도 안심’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사전에 들고 갈 와인에 대해 꼼꼼하게 물어봐 주는 곳이다. 이런 레스토랑은 각각의 와인과 마리아주를 고려해 음식을 만들어 준다. 대개는 음식도 정성을 담아 맛있게 만들어 내오는 곳이 많아 나의 경우는 종종 단골이 된다. 집 근처 기치조치(吉祥寺)에도 그런 레스토랑이 세 곳이나 있다.

한편 BYO를 하는 쪽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가능하면 모임 당일에 와인을 가져가지 말 것. 와인은 흔들면 침전물이 일어나고 지쳐 맛이 떨어진다. 최상의 상태가 아닌 와인을 들고 가는 것은 BYO를 허락해 준 레스토랑에 미안한 일이다. 레스토랑 측과 의논해 최소한 모임 이틀 전에 와인을 보내는 것이 좋다. 둘째, 해당 레스토랑의 소믈리에가 가져간 와인을 시음하도록 할 것.

“이런 와인을 가져왔습니다”라고 알리는 것은 예의다. 거기에서 대화가 시작되며 소믈리에와 좋은 관계가 구축되면 즐거운 와인 모임이 더욱 유쾌해질 것이다. 셋째,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를 피할 것. 가격은 직접 들고 가는 것이 싸겠지만 이것은 지극히 실례되는 행동이다.

몇 가지 룰만 잘 지키면 와인을 지참한 모임은 매우 즐거운 자리가 될 수 있다. 내 얘기가 일본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우려도 되지만 한국도 분명 BYO가 가능한 레스토랑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미리 의논해 연말연시 ‘스페셜 와인 모임’을 열어 보면 어떨까.
번역 설은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