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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성세를 열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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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먼저 강희는 ‘만한전석(滿漢全席)’을 통해 국가 통합을 꾀했다. 만주족과 한족의 먹거리를 한데 모으고 만주족과 한족 출신 관료들을 함께 불러 황실 대연회를 연 것이다. 이를 통해 강희는 물과 기름 같던 만주족과 한족 간의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고 국가 성장의 새 동력을 얻었다. 아울러 ‘성세자생정(盛世滋生丁)’이라는 파격적인 인두세 동결 조치로 백성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덜어 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궁진력(鞠躬盡力)’했다. ‘국궁’은 몸을 구부린다는 뜻이고, ‘진력’은 온 힘을 다한다는 의미다. 강희는 60년의 치세 동안 ‘국궁진력’을 좌우명 삼아 섬김의 리더십으로 일관했다.

옹정은 “인재를 찾는 것이 제왕의 제일가는 일”이라며 인재 확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시험관과 응시자가 과거제를 통해 연결돼 붕당을 만드는 고질적 병폐를 간파했다. 그래서 이를 사정없이 도려내고 널리 인재를 구해 새 피를 수혈했다. 또 그는 현장의 소리에 귀를 열었다. 옹정은 지방관들이 황제를 뵙겠다고 쓸데없이 일을 만들어 상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알현은 거절하는 대신 지방 현장의 알릴 내용이 있으면 직접 편지를 쓰도록 했다. ‘주접(奏摺)’ 제도가 그것이다. 옹정은 매일 밤마다 지방관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 붉은 먹으로 직접 답장을 쓰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또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궁궐 안의 방 한 칸도 늘리지 않았을 만큼 검소했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이 거하는 방에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이다. 이 한 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새겨 놓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몸 사리지 않고 일했다.

건륭은 “문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무로써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문치무공(文治武功)’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사고전서(四庫全書)』를 편찬하는 등 문화 입국의 기치를 높이 들었고 10여 회에 걸친 원정 및 평정을 통해 국가의 판도를 극대화했다. 그는 풍부한 재정 확충으로 온 백성이 풍요를 구가하는 승평(昇平)의 시대를 열었고, 온 세상이 평화로운 ‘협화만방(協和萬邦)’의 치세를 이뤘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숙독하며 ‘거안사위(居安思危)’ 즉 “편안할 때 오히려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사실 맘 편안히 살면서 즐겁게 생업을 영위하게 하는 ‘안거낙업(安居樂業)’이야말로 최고의 다스림이다. 더불어 ‘다스리지 않는 것 같은 다스림’ ‘시끄럽지 않은 다스림’을 국민은 매우 간절히 원한다.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다음의 세 가지 명제를 더욱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신기미(愼幾微)하여 국궁진력(鞠躬盡力)하라. 마음속 잡념들을 제거하고 몸 굽혀 온 힘을 다하라는 것이다. 둘째, 위군난(爲君難)이니 견인불발(堅忍不拔)하라. 지도자가 되는 일은 지극히 어려우니 굳게 참고 견디어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대공지정(大公至正)하여 협화만방(協和萬邦)하라. 공평하고 지극히 바른 가운데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하라는 것이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자리가 대통령의 자리다. 이제 이 대통령 당선자는 이것들을 ‘마음의 송곳’ 삼아 심신이 게을러질 때마다 스스로 허벅지를 찔러야 한다. 그래야 진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