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天水訟-말은 공정하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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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음식을 먹다보면 욕심으로 인해 송사를 하게 되니,수괘 다음에송괘를 놓았다.송(訟:言+公)은 말(言)을 숨김없이 공정(公)하게 함을 원칙으로 한다.괘사에『송사라 하는 것은 자기가 옳아승소할 것 같으나 막히고 두려운 것이다.중간에 화해하면 좋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결국 흉하다.고명한 변호인을 찾아가 의논할 것이요,송사를 좋아하면 큰 일을 못한다』고 돼 있다.
괘상을 보면 하늘()밑에 물()이 있는 상으로,하늘은 위에만있고 물은 아래로만 흘러 서로 사귀지 않으니 뜻이 통하지 않게되어 시비가 붙게 된다.초효는 힘이 약하므로 송사를 하지 말거나 한다해도 오래 끌지 말아야 한다.이효는 강 한 상대를 만나무모하게 송사를 걸었다가 패하고 도망쳐 숨는다.삼효는 욕심부리지 말고 바르게 살면 길하다.사효는 송사를 벌이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자기 본업에 충실하여 길하다.오효는 만사 중정하니 천하무적이다.감히 누가 송사를 걸어 오랴.크게 길하다.상효는 힘으로 약한 자를 억누르고 마구 빼앗다가 나중에 다 빼앗긴다.
해방후 야산선생님께서는『세상이 어수선하니 아무래도 거취를 분명히 해야겠다』며 점을 쳐보라 하여 송괘 이효가 동하였다.『송사에 지고 3백호쯤 되는 읍으로 도망쳐 숨는 점이 나왔으니 흉하지 않습니까』하니 선생님께서『그렇다.이효는 약하 며 신하 자리고 오효는 강하며 인군의 자리다.신하가 인군을 상대로 송사할수 없으며,약한 자가 강한 자를 걸어 송사하면 질 것이 뻔하다.또 점은 흉한 괘가 나왔다고 꼭 흉한 것은 아니다.그와 같이하면 흉하지만 그와 같이 하지 않으 면 흉하지 않은 것이다.이것이 피흉취길하는 것이다.모두가 애국자라고 떠드는 이때 나도 애국적 견지에서 무언가 해보려 했더니 점이 나의 무력함을 예고해주고 있구나.읍인이 3백호라 했으니,날 따르는 자 3백호만 데리고 안면도에 가서 조 용히 공부나 해야 겠다』하시며 3백호제자를 6.25사변동안 피란시키셨다.
어떤 사람이 다 죽어가는 사람 뺨을 한대 때리자 그 사람이 죽어 살인죄로 구속되었다.이웃의 글 잘하는 선비가『바람이 병든잎사귀에 더했다』고 진정서를 올리니,원이 보고『구시월 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지는데 바람을 탓하겠는가.기왕에 죽을 사람 뺨을치지 않아도 죽는다』고 하며 무죄 방면했다.그의 아들이 선비에게 고맙다는 말은 커녕『죄가 없어 나온 것이지 진정서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다』고 했다.이에 격분한 선비가『비록 썩은 새끼줄이라도 잡아 당기지 않으면 끊어 지지 않습니다』고 진정서를 다시 올렸다.원이 보고 생각하기를『그렇다.썩은 새끼줄이라도 잡아 당기지 않았다면 그대로 있었을 것을,분명 잡아 당겨서 끊어졌다.아무리 병들었다해도 가만히 놔두었으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하고는 다시 살인죄 로 구금했다는 이야기와 같이,송사도 없어야 하지만 판결도 잘 해야 한다.공자께서도『송사에 대하여 남과 같이 시비를 가릴 수 있다.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송사가 이 사회에 없게 하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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