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팔만대장경 도자기에 옮기는 작업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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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합천 해인사에 소장돼 있는 고려시대 목판 팔만대장경을 같은 크기의 도자기에 원형 그대로 옮기는 작업(陶瓷化)이 흙으로 빚은 도판 완성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경남양산군 통도사(주지 李知恩)는 점성(粘性)이 없는 경남산청의 고령토와 점토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반죽한 뒤 팔만대장경목판과 똑같은 가로 54㎝,세로 28㎝,두께 1.5㎝ 크기의 흙판 18만장을 최근 완성했다.
팔만대장경 양면을 도자기 한 면씩에 옮기기 위해 굽는 과정에서 뒤틀리거나 깨지는 것을 감안,대장경 8만1천5백28장의 두배가 넘는 18만장을 완성한 것이다.
지난 91년7월부터 도자기 제조기술자등 40여명이 도판을 만들기 시작한 이 작업에는 그동안 1천2백여t의 흙과 함께 매년5억여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통도사는 도판이 완성됨에 따라 기존의 2개 가마에 전기가마 2개정도를 추가 설치해 내년부터 섭씨 8백도에서의 초벌구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약1백8년전에 목판대장경을 탁본해 보관하고 있는 대장경을 도판에 스크린 인쇄,섭씨 1천2백50도에서 다시 구워내면 석가의 설법을 담은 경전 6백44자가 한 면에 수록된 백색의 대장경이 된다.
이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성파(性坡)스님은 도자기 경판을「16만 도자대장경」으로 이름짓고,완성까지는 앞으로 7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교문화 사상 초유의 불사(佛事)로 받아들여지는 도자대장경 제작은 도자기를 통해 불교 교리를 포교하고 고려인의 구국정신을계승,통일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담아내기 위한 것.
지난 81년 통도사 사명암에서 수도할 당시 우리민족의 도자기문화에 심취한 성파스님이 일본에 건너가 도자기 제작기법을 익히는 한편 서운암 한켠에 도요와 작업실을 만들어 고령토와 점토의적합한 혼합비율을 터득,이 일에 뛰어든 것이다 .
성파스님은『향후 소요될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많지만 불자들이 한 마음으로 원력과 공력을 모으면 10년 대불사가 결실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蔚山=黃善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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