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의 나! 리모델링] 위험한 ‘저지르고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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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싸우고 따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사장보다는 잘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잘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어떻게 점점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더 버텼습니다. 예전에는 일단 저지르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감당이 안 되네요.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요.”
 
 인테리어 사업에 실패한 L씨(35)는 울먹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안이한 태도가 사업 실패의 큰 원인이었다. 예를 들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는 식이었다. 결국 고객과의 분쟁이 늘면서 문을 닫게 되었다. 상담실에는 L씨처럼 지나친 낙관주의 때문에 자신의 발등을 찍고 나서 찾아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들은 미래와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에 이들은 미래의 위험과 현실의 복잡함에 대처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어려움을 만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피하기 일쑤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주의 역시 비관주의만큼이나 해롭다. 낙관주의자와 구분 짓기 위해 이들을 과잉낙관주의자(overoptimist)라고 하자. 이들은 별 어려움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 적절한 좌절이나 실패경험을 겪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실제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쉽다. 즉 과잉된 자신감과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해 위험요인은 경시하고 기회요인에만 의식의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발걸음은 현실이라는 땅에 닿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혀 꼬여버리고, 넘어지면 잘 일어나지 못한다.
 
 사람이 성장하려면 성공과 신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패와 회의 또한 배워야 한다. 적절한 좌절과 불신의 경험은 복잡한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워준다. 그럼에도 사회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긍정의 힘만이 강조되는 것 아닌가 싶어 염려가 된다.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은 박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부정성 역시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있다.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위험을 관리하고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그러므로 긍정과 부정의 두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만이 깊이를 가지고 차디찬 현실에 맞설 수 있다. 진정한 낙관성은 난관 앞에서도 웃을 수 있는 태연함이나 자신의 목표가 별 어려움 없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순진함이 아니다. 낙관성은 어려움이 있지만 꾸준히 노력해 나가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실천의지이자 강인함이다. 그렇기에 과잉낙관성은 준비 없는 기대로 이어지고, 낙관성은 준비와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과잉낙관주의자는 자신의 능력을 앞세우며 오만하지만, 낙관주의자는 부족한 능력을 노력으로 보완하기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mt@mentaltraining.co.kr

지나친 낙관 경계하려면

■‘간절히 행하면 이루어진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은 절반의 진리다. 그러므로 자신의 소망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묻고 또 물어 실천으로 이어가라.

■ ‘포물선의 지혜’를 떠올려라.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간에 세상에는 어떤 균형점이 존재한다. 넘치는 것과 치우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낙관주의가 만사를 다 해결해주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라.

■‘찬반토론’을 하라. 계획을 세울 때 비평적 관점과 실천적 관점을 오가며 위험요인과 실행계획을 따져보고 두 요소를 통합하여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라.

■ 중요한 결정은 꼭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설득시켜라. 가까운 사람도 설득시킬 수 없는 결정은 좋은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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