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생강빵 크리스마스 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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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고 1년간 육아휴직을 했어요. 무작정 집에서 지내는 게 불안해 몸조리가 끝난 뒤엔 잠시 짬을 내 빵 만들기를 배웠지요. 한번은 유명 호텔 제과장의 특별수업이 있었어요. ‘생강빵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하우스’ 를 꾸미는 법을 배웠지요.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요맘때면 잘 써먹는답니다.

 먼저 종이로 지붕·벽·마당 등을 만든 뒤 반죽 위에 올려놓고 모양대로 자릅니다. 아이들은 남은 반죽으로 여러 모양의 장식들을 만들지요. 그리고 오븐에 구우면 됩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이들은 오븐 옆을 떠나지 않습니다. 아마 자기들이 만든 과자 하나 정도는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다 구워지기 전에 전 아이들에게 들어가 자라고 하지요. 9년간 숨겨온 나만의 말 못할 비밀을 아이들에게 들키기 싫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우스’는 이쑤시개로 고정해야 하는데, 제 실력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다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진한 조청으로 ‘찜찜한 크리스마스 하우스’를 붙이는 거예요. 보이지 않게 안쪽 벽면을 따라 발라야 하기 때문에 꼬박 하룻밤이 걸리지요. 그런데 최근 초콜릿을 녹여서 붙이면 쉽게 붙는 걸 알았어요. 이제 혼자 몰래 집짓기를 하지 않아도 된 거죠. 이번 크리스마스 하우스는 아이들과 함께 예쁘게 마무리해야겠어요.

 ‘하우스’는 며칠이 지나도 색깔 하나 변하지 않아요. 크리스마스 때까지 장식해 두면 지붕과 문짝이 없어져 버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아깝지 않아요. 아이들 입 속으로 사라진 집은 행복한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이겠지요.

(박혜진·37·경북 상주시 신봉동)

■생강빵 재료=계란 1개, 설탕 10g, 우유 50g, 베이킹파우더 5g, 물 12g, 생강가루 10g, 계피가루 10g, 강력분 500g, 시럽(꿀 200g, 설탕 150g, 물 31g을 끓여 식혀 놓는다), 화이트 초콜릿(물중탕에 녹여서 접착용으로 사용)

■눈 장식용 크림 재료=분말설탕 500g, 계란 흰자 5개(거품기로 하얀색이 될 때까지 거품 낸다)

■만드는 법=시럽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밀가루를 체에 친 뒤 계피가루, 생강가루, 시럽을 넣고 반죽한다. 3㎜ 두께로 밀어 지붕, 벽 등 각각의 모양을 오려낸 뒤 팬에 올리고, 우유를 발라 180도 오븐에서 노릇해질 때까지 약 10~15분간 굽는다. 식으면 물중탕에 녹인 화이트 초콜릿으로 벽면과 지붕을 고정시켜 집을 완성하고, 눈 장식용 크림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도록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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