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東평화에 기여하는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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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스라엘은 인구나 국토의 크기로 봐선 작은 나라다.경제적인 면에서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우리와의 관계에만 비춰본다면 그처럼 작은 나라지만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라빈총리의 정상회담 결과는 정치적인 의미는 물론, 여러 측면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물론 1차적으로 관계증진과 경제협력등을 약속한 쌍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우리로선 이스라엘이 몇몇분야에서 가진 첨단기술에 관심이 있고,또 이제 평화가 정착돼가는 과정에서 기대되는 이 지역 건설경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라빈총리가 이번에 방한해 서명한 항공협정과 문화협정을 비롯,지난 11월에 이미 체결한 과학.기술협력협정등은 바로 그러한 면에서 협력을 증진해 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쌍무관계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位相)과 안보적 측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첫째는 오랫동안「절름발이 외교」라 할 수 있었던 對중동(中東)외교가 균형의 길로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한때 이스라엘쪽에 너무 치우쳤다가 석유위기가 닥치면서 이스라엘을 버리고 아랍국가 외교에만 치중했던 비정상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둘째는 북한(北韓)이 개발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공동대처할 수 있는 협조체제를 다졌다는 점이다.이스라엘은 자국(自國)에 위협적인 나라에 북한이 이 무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상당히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는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처럼 중동 평화정착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팔레스타인문제가 해결됨에 따라지난1월에 구성된 다자간(多者間)국제회의에 이미 우리는 지난7월부터 참여해 팔레스타인 자치(自治)지원을 위해 유.무상으로 1천2백만달러를 지원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중동정세는 아직도 너무 親이스라엘처럼 보일 때가 아니다.중동평화에 대한 기여는 그래서 이스라엘을 통한다는 인상을 주기 보다는 유엔등 국제기구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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