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털고 재기 '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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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용성리 權모(52)씨의 육계농장은 8천여 마리의 병아리들이 삐약거리는 소리로 활기가 넘쳐났다. 두 달 전 조류독감으로 8천5백마리의 닭을 살처분한 이후의 무거운 침묵이 이틀 전 병아리를 다시 들여오면서 걷히기 시작한 것이다.

權씨는 "아직 예전 분위기로 돌아가긴 멀었지유, 하루 빨리 소비가 되살아나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새 출발의 기쁨과 판로에 대한 불안감이 한꺼번에 묻어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전국 처음으로 조류독감 발생 판정을 받았던 충북 음성군의 오리.닭 농가들이 일생에서 가장 긴 겨울을 보내고 서서히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19일 현재 병아리나 새끼오리를 다시 들여와 키우기 시작한 곳은 두달 전 닭.오리를 살처분했던 전체 54농가 중 5곳. 모두 닭.오리 유통업체인 M식품으로부터 위탁받아 사육하는 '계열 농가'여서 당장 판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 농가는 아직 판로 확보에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

음성군은 "조류독감 판정 1개월 만인 지난달 15일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됐고, 양계장에 쌓여 있던 분뇨를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다시 사육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만마리를 살처분했던 삼성면 상곡리의 李모씨 등 4~5명도 이동이 제한됐던 분뇨 등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입식 재개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충북 음성군에서는 조류독감으로 54개 농가의 닭과 오리 62만4천마리가 살처분됐다.

음성=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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