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경제적 자유指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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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경제성장은 방해를 받고 국민생활수준은 그만큼 못해진다」-.보수적인 워싱턴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세계 1백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보고서의 결론이다. 민간자율화를 통한 경제적 자유만이 국부를 증진시킨다는 신판「국부론(國富論)」이다.정부의 존재가 민망스럽다.
뉴욕에 본부를 둔「프리덤 하우스」는 매년 정치적 자유에 관한국별(國別) 보고서를 만들어 미국의 대외원조정책 수립에 지침으로 제공한다.헤리티지재단이 이번에 만든 「경제적 자유지수」는 그 「경제판」이다.경제적 자유 측정에 10가지 척도가 동원됐다.무역 개방도.소득및 법인세율.정부의 소비지출.통화정책.자금순환및 해외투자.금융기관 자율성.임금및 가격통제.사유재산권 보호.기업활동에 대한 정부규제.암(暗)시장의 비중이다.
경제적 자유가 완전보장된 만점짜리 나라는 하나도 없다.싱가포르와 홍콩이 만점에 가까웠다.1백1개국중「자유롭거나 대체로 자유로운 나라」는 43개국에 불과했다.
미국.독일.스웨덴등은 사회보장정책등으로 경제적 자유가 뒷걸음질치는 경향을 드러냈다.
미국의 원조를 필요로 하는 나라일수록 원조받을 자격이 없다는역설도 등장했다.원조자금이 정부에 의해 유용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 13위로 프랑스.이탈리아.호주.스웨덴보다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세제.무역정책.외국인투자. 정부규제면에서여전히「억압적」인 나라다.정치적 자유는 논외(論外)였다.가난한나라도 경제적 자유만 보장되면 성장이 촉진되고,살기가 나아지면자연히 정치민주화도 촉진된다는 시사다.하버드大의 로버트 배토교수가 최근 인용한「정치민주화 지 수」가 이를 뒷받침한다.경제적자유가 만점에 가까운 싱가포르와 홍콩의「정치민주화 지수」는 1백점만점에 33점,대만은 50점이었다.경제발전과정에서 정치적 자유는「사치품」이라는 결론이다.동아시아적 모델은 예외적 존재로보아야 한다는 주 장은 끈질기다.헤리티지지수는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분리 또는 둘 사이에 시차를 둠으로써 일부 일반화를 시도했다.
이래저래 정부는 갈수록 천덕꾸러기다.『정부의 할 일중 가장 큰 일은 국민이 정부없이도 살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유도해나가는 일이다.』-민주주의 정치학자 토크빌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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