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2007 뒤흔든 해외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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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펀드시장은 이처럼 외견상 드러난 것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펀드시장이 후진국형에서 ‘순식간에’ 선진국형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험자산 비중의 급격한 증대와 펀드 종류의 다양화를 의미합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 펀드(MMF 포함) 중 주식형의 비중은 지난해 말 23%에서 최근 44%로 급증한 반면, 채권형은 25%에서 17%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펀드 선진국이라는 미국 공모펀드의 자산 구성 비중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11월 말 기준 미국의 주식형펀드 비중은 57%, 채권형은 13%였습니다.

해외 주식펀드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연초 14개로 구분할 수 있었던 해외 주식펀드의 종류는 최근 31개로 늘어 났습니다. 투자 대상의 다양화는 위험 분산과 투자 기회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리퍼가 분류하는 해외 주식펀드 종류 80여 개에 비해 아직 적은 것이지만 1년간의 변화치고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다양한 해외펀드 출시로 인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위험자산 비중의 의미 있는 확대로 펀드시장의 질적 구조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이것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데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세계자본시장의 역사는 위험자산이야말로 자산 증식 및 은퇴 후 자금 마련에 필수적 투자 대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 자산 배분과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위험자산은 ‘위험한 투자대상’으로만 머물 공산이 큽니다. 세계 자본시장이 IT 버블 붕괴로 고전했던 2000년처럼 위기를 겪는다면, 해외펀드에 몰린 자금은 유입속도보다 더 빨리 시장을 이탈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판매사들이 내년에는 고객의 자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리서치, 자산 배분 전략, 직원 교육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서주기를 기원합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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