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장인정신 담긴 일본 커피…한국인을 닮은 커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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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만의 커피 즐기기
② 커피에 담긴 문화의 향기
③ 인스턴트와 원두 커피의 차이
④ 커피 원두 이야기
⑤ 가정에서 즐기는 에스프레소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물동량으로만 보면 석유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커피다. 세계 어디를 가나 어렵지 않게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커피 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지구촌 대다수가 향유하는 핵심음료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커피가 똑같지는 않다.

커피의 원조격인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원두를 철판 위에 놓고 직접 볶은 뒤 우려내 마신다. 이탈리아로 가면 기계에서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대세다. 프랑스는 우유를 첨가한 카페 오레가 단연 인기고, 미국은 에스프레소에 각종 첨가물로 맛을 낸 조리커피가 주를 이룬다. 반면 일본은 커피를 직접 볶고 커피 음료를 직접 만드는 자가 배전 커피숍이 사랑 받고 있다.

이렇듯 제각각인 커피는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 및 풍습을 엿보게 한다. 먼저 아프리카를 보자. 철판에 갓 따온 생두를 얹고 볶는 방식은 원시적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얻을 수 있다. 씁쓸하면서도 탄 맛이 듬뿍 배어 있어 천연림의 맛을 닮았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직선적이다. 쓴 맛이 강하고 활동적이다. 맛의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들다.

이에 반해 카페 오레는 부드러움의 상징이다. 넉넉하고 포근하며 에스프레소와 달리 금방 식지 않는다. 한갓진 정원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마시기에 어울린다. 미국에서 비롯된 조리 커피는 화려하다. 커피 본연의 맛은 없을지언정 다양한 맛의 창출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해 미각을 일깨운다. 한마디로 ‘커피의 퓨전’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자가 배전 커피 하우스는 장인정신을 토대로 한다. 커피를 도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 불의 세기, 물의 온도, 손목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커피 맛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네 커피는 어떤가?
“경이롭다.” 외국 커피업계 관계자가 동네 구석에 설치된 커피 자판기를 보고 건넨 말이다. 즉석에서 버튼을 한 번 눌렀을 뿐인데 커피가 한 잔 덜컥 나오니 처음 본 외국인에겐 놀라움 그 자체다. 서울 어디든 서 있는 곳에서 5분 이내에 커피를 해결할 수 있다.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커피를 만들 필요도 없고 심지어 동전 몇 개면 끝이다.

외국 관계자의 감탄사가 수긍은 가지만 내심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 커피 문화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트럭에서 던져준 인스턴트 커피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오늘까지도 인스턴트 커피로 고착되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자판기로 대변되는 척박한 우리나라 커피 문화는 하루 빨리 변해야 한다. 내가 커피를 업으로 삼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리=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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