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트렌드>소설.수필형식 빌린 철학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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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 본고사가 사고력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흐름에 따라 최근들어 철학의 대중화가 부쩍 강조되고 있다.『반갑다,논리야』『이야기 속의 논리』『철학은 내친구』등 가벼운 제목을 단 철학관련 책들이 많이 쏟아졌고 또 독자들 의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철학의 대중화 노력은 어려운 철학 개념을 쉽게 풀어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독자적인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그래야만 철학대중화의 궁극적 목적인 철학의 생활화가 가능하게 된다.이런 목적을 위해서는 쉽게 풀어 쓴 이론서보다 감동으로 철학을 전해줄 수 있는문학형태를 빌리는 것도 바람직할 듯하다.
최근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안겨줄만한 책들이 몇권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노르웨이의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설 『소피의 세계』(원제 Sofies verden.현암사)와 이왕주 부산대교수가 쓴 『철학풀이 ,철학살이』(민음사),김형석 연세대명예교수의 『서양철학사 100장면』(가람기획)등.먼저 『소피의 세계』는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소설의 형태를 빌려 따분한 서양철학의 역사나 개념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면서 아울 러 철학적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노르웨이고등학교 철학교사.철학을 멀리하는 청소년들에게 철학을 친구로 만들어 주기 위해 4년전에 발표한 첫작품이 성인들의 호응으로 대히트,현재 미국.일본.중국.독일등 세계 40여개국어로 번역 소개되었다.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대학교의 부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철학풀이,철학살이』는 「철학은 동굴에서 해방되는 일」이라는중심주제에 맞춰 철학자들의 사상을 해석하고 국내외 유명 시나 소설,철학자들의 대화등에서 철학정신을 읽어내고 있다.이 책은 특히 존재론.인식론.가치론같은 딱딱한 철학용어를 가급적 배제하고 그 대신 일반인들의 대화에 늘상 쓰이는 쉬운 언어로 철학을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의 가슴에 쉽게 와닿는다.
저자는 또 나름대로 과거 암기식으로 교육받다보니 잘못 전달되었거나 잘못 평가된 서양 철학자와 사상도 바로잡고 있다.
신화시대부터 현대 미국철학까지 서양 철학을 두루 살피고 있는『서양철학사 100장면』의 경우 에세이집 『영원한 사랑의 대화』『인생,소나무 숲이 있는 고향』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노교수의 필체가 그대로 살아 있어 수필을 읽는듯 부 담이 적어 좋다. 이 책들은 모두 쉬운 언어로 문학적으로 쓰여져 일반 독자들이 읽는데 큰 부담은 없지만 동양철학이 배제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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