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피겨 여제’ 우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업그레이드 김연아’.

 올해 초만 해도 김연아(17·군포 수리고)는 최강 아사다 마오(일본)의 아성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07년이 끝나갈 즈음 둘의 자리는 바뀌었다. 1년 동안 김연아는 몸과 마음은 물론 기술과 표현 등 모든 면에서 부쩍 커 버렸다.

 ◆‘강철 심장’=김연아는 15일 쇼트프로그램 초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공중 연속 3회전)’를 시도하다 중심을 잃고 손을 짚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상황이지만 김연아는 초연하게 남은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실패 후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를 시도조차 못한 아사다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연아는 3월 세계선수권 때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수를 받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사다와 안도 미키(일본)에게 밀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로부터 불과 9개월. 16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첫 출전자였던 아사다가 132.55점의 높은 점수로 압박해 왔고, 더구나 연기 초반 ‘트리플 루프’에서 실수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해 여유 있게 우승했다.

 ◆체계적인 훈련=김연아는 5월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8월까지는 빙판 훈련보다 체력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약점인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4분간의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에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체력의 보강은 기술 구사에도 자신감을 붙여 줬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미세한 잘못까지 일일이 잡아내 고쳤다. 현역 시절 점프가 뛰어나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불렸던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점프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쇼트프로그램 ‘박쥐’ 서곡에선 ‘경쾌함’으로, 프리스케이팅 ‘미스 사이공’에서는 ‘비장함’으로 김연아의 연기력에 날개를 달아 줬다. 대회 때마다 심판들은 김연아의 연기력에 감탄사를 아끼지 않는다.

 ◆경쟁 상대는 ‘자신’뿐=1995년 시작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연속 우승자는 세 명뿐이다. 96, 97년의 타라 리핀스키(미국)와 99~2001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 그리고 김연아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역대 최고 점수를 보유한 김연아는 리핀스키와 슬루츠카야는 물론 현재 세계 1위 아사다도 넘어섰다.

 거칠 것 없는 김연아의 다음 목표는 내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우승이다. 그 기세는 세계선수권을 거쳐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장혜수 기자

☞ 2007 '올해의 10대뉴스'를 √추천해 주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