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이 의혹 해소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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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의 BBK 사건 재수사 검토 지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16일 낮 12시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동영상 공개 파문에 대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는 입장만 내놓았다. 그러나 5시간 뒤인 오후 5시40분 전해철 민정수석이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노 대통령의 재수사 검토 지시 결정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로 청와대는 BBK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때 침묵했던 청와대가 재수사 검토 지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뭘까.

전 수석은 "오늘 공개된 이 후보의 육성 동영상은 그동안 국민이 품었던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의혹을 더욱 더 확대시키고 있다"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수석은 "국민들이 (검찰의)수사 결과를 못 믿는다고 일정 부분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으냐"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 때 공식적으로는 침묵했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불만 섞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동영상 공개라는 돌출 사건을 명분 삼아 이런 기류가 표출됐다고 볼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노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BBK 사건에 대해 재수사 검토 지시를 내림에 따라 대선 개입 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청와대마저 범죄자를 매개로 한 반(反)이명박 동맹에 지원군으로 나섰다"고 비판했다.

?전해철 수석, "경찰은 협박 사건 수사해 별개"=전 수석은 "오늘 새로운 사실이 발견돼 국민적 의혹이 있는 만큼 정부가 공정하게 조치하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전 수석과의 문답 요지.

-노 대통령이 재수사 검토를 지시한 배경은 뭔가.

"현 상황에서 중요한 건 국민적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 사안이 기본적으로 재수사를 해야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특검법이 논의 중이고, (이것이)의결돼 행정부로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그런 사정을 감안해 법무부 장관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나.

"법무부 장관은 정무직 참모인 만큼 언제라도 청와대에 들어올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데 법무부 장관을 부른 이유가 뭔가.

"수사지휘권은 경찰과 별개다. 경찰은 동영상 내용보다 동영상을 매개로 협박한 사안을 수사 중이라서 별개다."

-검찰은 새로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얘기하기에 적절치 않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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