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 몸싸움으로 변질된 대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국회의 몸싸움 소동은 국민이 눈을 의심할 정도다. ‘이명박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신당은 전기톱으로 문을 열었다. 한나라당은 몸으로 저항하다 의원이 실려 나갔다. 서해안에선 검은 기름이 국민의 가슴을 덮는데 국회는 이 모양이었다. 17일 특검법의 직권상정을 놓고 이런 사태는 다시 터질지 모른다. 대선 후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검사 탄핵소추안은 오늘 오후 자동 폐기되지만 특검법안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신당은 검찰이 이 후보와 BBK의 관련성을 보여 주는 명함·홍보물·영상물·언론인터뷰 등을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신당이 거론하는 물증을 보면 “의혹이 남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차 지적했듯이 이것과 검찰 수사는 다른 문제다. 검찰은 자료조사·문서감정·계좌추적·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 후보가 BBK 소유권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의혹의 물증’은 이 후보가 해명해야 한다. BBK 회장이라는 명함이 남아 있고 인터넷에는 이 후보가 BBK 회장실을 사용한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이 후보는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을 것인가. 그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이 부분은 해명해야 한다. 아무런 설명이 없이 취임식장에 오를 수는 없다. 신당은 이 후보에게 해명을 강력히 촉구하면 된다. 그래도 이 후보가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법에 따라 항고·재항고의 절차를 밟는 길이 있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도 남았다.

그런데도 신당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대선 이후 총선, 아니 그 이후까지 BBK를 ‘이명박 공격’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 같다. 정권을 잃더라도 BBK를 이용해 총선 때 반격하고 새 정권의 목에 칼을 걸어 놓겠다는 계산 아닌가. 지금 신당이 하는 것처럼 검찰 수사 때마다 한쪽 당사자가 특검을 주장하면 검찰 제도는 어떻게 되겠는가. 신당은 그만 미련을 버리고 BBK를 판사들의 손에 넘기라. BBK에 대한 국민의 1차 판단은 대선 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