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니다. 프로 세계에 뛰어든 미래의 ‘워런 버핏’들이다.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 한국밸류자산운용에 입사한 대학생 투자 고수 출신들이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홍진채·정용현·장동원·강대권·정신욱·정재원.
▶강대권=우유는 3일을 생각하고 사면 된다. 펀드는 1∼3년을 보고 선택한다. 직장은 20∼30년은 봐야 한다. 투자는 내가 해 본 일 중 가장 신나는 일이다.
▶정재원=일반 회사에 들어가면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길을 택했다. 대학 시절 가치투자 동아리를 만들었다. 2년 전에는 주변 사람들을 꼬여 3000만원의 투자자금을 만들어 ‘J2K’라는 사설 펀드도 운용해 봤다. 지난 1년간 시장 대비 5%포인트 정도는 수익률이 앞섰다.
▶홍진채=2003년 말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다음 두 번의 매도로 쓴맛을 봤다. 코메론(코스닥 줄자 생산 업체)은 3년간 들고 있다가 주가가 정말 안 움직여 본전에 되팔았다. 팔고 나니까 가더라(※올랐다는 의미). 다른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도 내가 털고 나니까 가더라(웃음).
▶강대권=1999년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기술주(IT) 기세가 놀라웠다. 그래도 꾹 참고 하이트맥주·보해양조를 샀다. 나중에 남들 다 깨져도 나는 수익을 냈다. ‘투자 천재’라고 뻐기다가 결국 부모님 돈까지 끌어서 현대전자를 샀다. 무려 75%의 손실을 냈다. 그제야 제대로 공부하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재원=2002년 상한가 따라잡기를 하다가 +15%에서 -14%까지 빠지는 걸 경험했다. 미수까지 지른 상황이었다. 죽을 맛이었다. 다 정리하고 그때부터 가치투자라는 걸 배우게 됐다.
▶강대권=주변에서 투자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하나만 보고 투자하면 필패한다.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최고경영자(CEO)다. CEO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면 된다. 과거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면서 중요한 순간에 이 CEO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를 봐야 한다.
▶정용현=경쟁력 있는 사업모델(BM)도 중요하다. 남들이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BM이 좋으면 경영자가 바보라도 기업은 잘 굴러간다.
▶홍진채=10년을 보유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기업인가를 따진다. 투자를 결정한 뒤에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무엇보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한 달 지나 주가가 30% 빠졌다고, 데드 크로스(※기술적 분석 지표, 매도 신호)가 나타났다고 아무 생각 없이 파는 건 안 된다.
▶정재원=냉정이 필요하다. 내릴 때도 오를 때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처럼 ‘비이성적으로 과열되는 시장’에서 냉정을 지키기란 진짜 쉽지 않다.
▶강대권=‘자기 부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2002년 거리 응원을 하면서 한국 주식은 무조건 된다고 자기 확신에 빠졌다. 결국 그해 엄청난 손실을 봤다. 끊임없이 자기 논리를 의심해 봐야 한다.
▶장동원=투자를 왜 하나. 다들 부자가 되고 싶어서다. 35세에 벤츠 타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된다. 20년 뒤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무리하지 않는다.
▶정신욱=결국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점은 분석 능력보다는 투자에 대한 확신과 인내심인 것 같다.
▶정용현=일단 주식판에 들어온 이상 원칙을 지키는 투자를 하고 싶다. 그래서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 운용사의 이채원 전무는 20년 가까이 증시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뽑아 놓고도 “요즘 애들 보면 무섭다. 나는 그 나이에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