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합리적 기대수익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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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그렇다면 합리적인 기대수익률은 얼마일까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펀드의 수익률, 즉 주식 등 유가 증권의 가격은 내재가치의 변화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 외부변수 같은 복잡한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총 자산의 가격 상승률을 예측하는 공식은 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하는 겁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했을 때 안을 수 있는 가격 변동 또는 부도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 주식펀드의 장기 기대수익률을 계산하면 연간 8~12%, 중국 주식펀드는 연 15~20%에 달합니다. 실제 한국주식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과거 10년간 연평균 14%, 중국은 17%였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 공업국에 속하는 나라들로 주식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은 국가군에 속합니다. 이에 반해 유럽이나 미국처럼 선진국 주식펀드는 기대수익률이 낮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을뿐더러 주식의 가격변동성도 낮기 때문에 통상 한국과 중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선진국 주식펀드의 실현수익률은 연평균 7%, 신흥국 주식펀드는 연 9%였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가 이보다 높은 기대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름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는 단기 성향의 투자 형태 때문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나라 대다수 펀드투자자들은 10년 이상이 아니라 1~3년 정도 굴릴 자금으로 펀드에 투자합니다. 지난 10년 중 연도별 최대 손실률은 43%. 이 같은 단기 손실위험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해 기대수익 또한 높아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노후 은퇴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장기간 투자하는 관행이 일반화한다면 기대수익률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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