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끼리 이럴 수 있나” 이명박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후보로부터 일명 ‘BBK 명함’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

그런 이 전 대사에게 이명박 후보가 직접 전화를 걸어 “경상도 사람끼리 그럴 수 있느냐”는 항의를 했다고 이 전 대사가 주장함에 따라 이 후보의 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장춘 대사는 이 명함을 공개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이명박 후보가 전화를 걸어와 35분 가량 통화를 했다”며 “이 후보는 내게 ‘친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경상도 사람끼리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고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전 대사는 지난 1980년 대통령 비서관 시절 이 후보를 알기 시작해 이 후보와 27년 지기라고 설명했다.

보도가 나가자, 이 후보의 발언이 ‘지역주의’를 자극시킨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때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YS(김영삼)의 당선을 위해 부산 초원복집에서 경남·북 기관장들이 모여 “우리가 남이가”라는 밀담을 나눈 도청테이프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던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이 그것.

정동영 후보측 김정현 부대변인은 “대통령후보로서 중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발언”이라며 “진실과 거짓은 그만두고 친구고 동향이면 무조건 자신을 감싸야한다는 전형적인 동류집단의식의 표출로 대통령후보로서 극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정권을 잡으면 그 정권은 국정운영도 자신들의 입맛대로 농단하는 ‘끼리끼리 정권’이 될 것이 뻔하다”며 “이명박 후보는 친구나 동향 운운하지 말고 명함을 줬다는 명백한 사실조차 은폐하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고백하는 것이 도리”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측은 이명박 후보와 이장춘 전 대사의 전화통화 내용은 물론 전화통화를 한 사실까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 후보가 전화를 걸었느냐 아니냐에 대해) 확인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BBK사건 관련 수사가 끝난 마당에서 계속 꼬투리를 잡으려는 신당의 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장춘 전 대사는 이 후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명함을 공개한 것은 개인적 사감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 후보의 대북정책 등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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