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은 좀 더 당당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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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를 뛰쳐나간 민주당의 최근 행보(行步)가 어쩐지 궁색하고당당하지 못한 것 같다.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의무이기도 하며,또 당내에서도 들어가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많은 것 같은데 왜 이런 저런 논리를 붙여 등 원(登院)을 미루는가.민주당은 12.12공소시효가 끝나는 오는 12월12일까지는 장외(場外)투쟁을 계속하되 그전이라도 당대표의「중대결단」이 있으면 등원키로 했다.또 민자당에 대해서는 단독국회를 강행말라고 요구하면서 중요안건을 단독처 리하면 등원해 저지투쟁을 벌인다고도 했다.그런가 하면 의원직사표를 낸 이기택(李基澤)대표는 여야 원내(院內)대표회의를 하자고도 제의했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데 무슨「중대결단」이 필요한지 납득하기 어렵고,이미 민자당에 의해 단독국회가 강행되고 있는데 이제 와서야 단독국회를 말라는 것도 어색하게 들린다.그리고 민자당이 중요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하면 등원할 것이라는 말은등원명분을 민자당한테서 찾자는 뜻인가.의원직을 떠나겠다고 하면서 원내대표회의를 하자는 말도 어쩐지 궁여지책(窮餘之策)인 것만 같다.
왜 당당하게 국회에 들어가 단독국회를 저지하지 못하는가.그토록 염려하는 중요안건의 단독처리 위험성을 왜 밖에서만 고창(高唱)하고 들어가 막지 못하는가.
우리는 李대표의 의원직사표나 등원거부가 12.12기소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은 당 내분(內紛)때문이란 분석을 들을 때마다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정당이나 정치가란 명분이 중요한데 내세운 명분과 실상이 다르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나 버린다면 그입장은 얼마나 궁색한가.
민주당은 더 이상 이런 궁색한 처지에서 뛰쳐나와 당당하게 국회에 들어가는게 좋겠다.장외투쟁과 등원사이의 엉거주춤한 이러한상태를 끌수록 민주당에 득될게 없다.대부분 소속의원들이 등원을원하고 있고,또 가난한 야당살림에 몇천만원,혹 은 억대(億臺)까지 들지도 모를 대규모 집회를 계속하는 것도 무리다.
민주당은 국민을 향해 정치하기를 바란다.당권(黨權)경쟁도 국민을 향해,국사(國事)를 테마로 경쟁하는 것이 옳고,그래야 더유리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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