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살리려면 모피아를 혁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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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 출신을 모피아(MOFIA)라 부른다. 모피아는 재경부(MOFE)와 범죄조직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들이 끈끈하게 밀어주고 당겨주며 자리와 이권을 독식하는 게 마피아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부처와 금융회사·기업에 흩어져 있다. 연봉 7억원 선인 산업·기업은행장을 비롯해 정부의 입김이 닿는 금융 유관기관의 기관장은 대부분 모피아다.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는지 지난달 재경부는 모피아 이미지를 벗기 위해 조직문화를 재정립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볼썽사나운 자리 다툼을 하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기업은행장과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 사장에 자기 사람을 낙하산으로 앉히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이다. 정권 막판의 어수선한 틈에 한 자리라도 더 챙기겠다며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것이다.

공모제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모피아가 아닌 후보는 들러리다. 한술 더 떠 기업은행 노조는 신임 행장에 지금 거론되는 퇴직 관료 말고 ‘현직’ 차관급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낙하산을 막기는커녕 힘 있는 현직이 와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지내고 싶다는 것이다. 모피아가 금융 공기업을 민영화하지 않은 채 꿰차고 있는 속사정이 바로 이런 데 있다.

모피아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구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실패는 이미 10여 년 전에 드러났다. 모피아는 김영삼 정부 때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고, 김대중 정부 때 카드사태와 부동산 버블을 자초했으며 이 정부에서 얼치기 분배정책의 이론을 제공했다. 소신보다 보신을 앞세우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세의 입맛에 맞춰 놀라운 변신을 거듭한 결과 아닌가.

다음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려면 모피아를 뜯어고치기 바란다. ‘경제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장하고, ‘행정고시 기수’로 서열화한 이들만의 철옹성을 깨야 한다. 낙하산을 근절하고, 공명심이 앞서는 관료는 솎아내고, 민간의 유능한 인재를 수혈해야 할 것이다. 모피아 개혁은 공공부문 개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