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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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1부 불타는 바다 그리고,산 자도 말이 없었다(11)이것이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두 사람은 안다.그러나 누구도 그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바다를 내다보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병실로 비껴들고 있었다.
어제도 막장 안에서 사고가 있었다.그 환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명국은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고 앉았다.길남이 가죽만 남은 듯이 말라 있는 명국을 말없이 내려다 보았다.
『내일이 그믐이지?』 『네.』 명국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심할 거다.』 『뭐가요?』 『경비.늘 그랬어.튀었다 하면사람들이 달없는 날로 잡기 때문에,그걸 노무계라고 모를 리가 없거든.이치가 그래.그쪽에서도 알고 있어.』 『압니다.』 『알면 됐다.그말은 그만 하자.』 긴 침묵끝에 길남이 그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잣말처럼 물었다.
『오래 힘드시겠지요.』 『나 말이냐?』 『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이 병신을 데려다 뭐에 쓰겠니.잘하면 고향으로 실려갈지도 모르겠고,의사가 그러더라.혼자 거동하기가 웬만해지면 병원에서 내보내줄거고.그러면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겠냐고.』 『그런 얘기도 있었나요?』 벽에 등을 기댄 채 명국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길남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잡혀서….』 그말에 길남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누가 들어요.』 『괜찮다.저쪽 사람은 가는 귀가 먹어서 소리를 질러야 말귀를 알아들으니까.』 두 사람의 눈길이 서로 부딪쳤다.명국이 말을 이어갔다.그 말이 마디마디 끊긴다.
『잡혀서,다시 돌아오면,그래서 내 눈에 띄면… 그땐,내가 널죽여버릴거다.알겠니.』 고개를 돌려 외면을 하며 길남이 대답했다. 『살아서는 이 섬으로 오지 않을 겁니다.나라 되찾을 그날이 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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