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高 전문교육制로 독립 절실-개교20주년 학술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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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결혼 당시 중졸학력을 고졸로 시부모를 속인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려 가족 몰래 강릉상고 부설 방송통신고에 등록,주경야독 끝에 영동전문대 92학년도 수석합격의 영광을 안은 주부 崔모(37.강원도강릉시)씨.
또 「못배운 한」을 풀기 위해 72세의 나이로 올 2월 전주고 부설 방송통신고를 졸업한 김병수(金炳洙)할아버지.
그런가 하면 79년 마산고 부설 방송통신고를 졸업한 뒤 건국대학교 법대와 대학원을 거쳐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변호사로활동중인 오두환(吳杜煥.42)씨와 89년 전주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를 졸업한 뒤 전북이리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최복래(崔福來.46.여)씨….
이들은 모두 74년 발족,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은 방송통신고 동문인 셈이다.
개인사정이나 가정환경등으로 정상적인 교육기회를 놓친 근로청소년이나 성인들의 교육기관으로 74년 서울.부산등 11개 공립학교 부설 고등학교로 출범한 방송통신고는 현재 전국에 45개교 규모로 늘어났다.
졸업생만 14만4천여명을 배출한 방송통신고는 25일 새로운 질적 도약을 위한 개교 2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기념세미나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김종서(金宗西.72)서울大명예교수는 『각 시.도의 명문고교에 부설된 방송통신고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중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인재 양성에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
金교수는 그러나 중등원격교육(中等遠隔敎育)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방송통신고가 전문교육제도로 독립되고▲사회변화에 적응할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을 다양화.탄력화하며▲중앙및 지방정부의재정적 투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고는 74년 재학생 5천7백94명 규모로 출발해 87년 4만8천여명 수준까지 학생수가 꾸준히 증가됐으나 이후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94년 현재 75년 당시 규모와 비슷한 1만7천2백여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정규교육기관 확충에도 일부 기인하나 재정투자및 홍보부족과 전국에 흩어진 방송통신고에 대한통일된 지원이 부족한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책이 모색됐다.
참석자들은 원격교육이▲급속한 사회변동에 대응한 평생교육▲소외계층 교육기회 확대▲개방적 교육체제 지원 차원에서 그 기능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교육당국에 재정투자 강화등을 촉구했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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