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政局-民自 애써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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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은 이기택(李基澤)대표의 대전역 집회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 이미 이날 아침부터 『장외집회는 구태(舊態)의 정치』라고 몰아세워왔다.
민자당은 민주당이 비록 2만여 청중이 모여 기세를 한껏 올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李대표의 한풀이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朴대변인은 『이번 집회를 고비로 국회등원론이 민주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풀이는 했지 않느냐는 것이다.특히 민자당은 李대표가 『민생에는 절대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관련,한 당직자는 『李대표의 말은 국회로 돌아오기 위해 U턴신호를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해석했다. 그는 『李대표는 내심 의원직을 내던진 자신의 결단에 대해 각 언론이 비판적인 논조를 편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가 민생을 중시하겠다는 것을 등원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李대표를 되도록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정국을 풀어가려는 구상이다.때문에 민자당은 주초의 민주당 당론형성과정 추이를 지켜보며 국회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입장에 불변인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 마디로 민주당이 제풀에 지치거나 내분으로 스스로 태도변화하는 것을 기다리자는 것이다.민자당의 고민은 바로 이 대목에 있다고 할수 있다.
민자당은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의 압력이 여권쪽에 좁혀져오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다.정국이 혼미해지면 국정 책임이 있는 집권당에 총체적 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전통적인 정서기 때문이다.집권여당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은 그 동안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민자당으로서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정국을 끌고갈 카드가 없는 것이다.물론 민자당에서도 영수회담을 여는등 李대표에게 퇴각의 명분을 줘야한다는 견해가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한다.그러나 민자당 지도부는 그것은 민자당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우선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게다가 민주계 핵심인사들도 『이미 대통령이 한번 결정한 것을 뒤집을 수는 없는 만큼 12.12가 의제로 포함되는 영수회담은 바람직하지 않 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이래저래 민자당으로서는 「움치고 뛸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다행히 민주당의 내부 이견으로 U턴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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