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 내년 2월 26일 평양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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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중앙포토]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뉴욕필)가 내년 2월 26일 평양에서 공연한다.

뉴욕 타임스(NYT)는 10일 "뉴욕필 단원들의 합의로 북한에서 초청한 평양 공연이 이뤄지게 됐다"며 "공연장은 동평양대극장으로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동평양대극장은 북한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시설도 가장 좋은 연주장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으나 최근 북한과 미국 간 화합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공연이 확정됐다"며 "이 공연은 미국인이 북한에서 처음으로 여는 중요한 문화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이번 공연이 1956년 보스턴 심포니의 소련 공연, 73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중국 공연에 이어 민주화에 음악 공연이 한몫을 담당했던 역사의 맥을 잇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연을 위해 뉴욕필 단원과 직원, 그리고 세계 언론 매체의 기자 등 250명이 평양에 대거 입성할 예정이다. 북한은 이번 공연이 당 간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를 위한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외 기자의 방문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주 곡 선정은 미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해도 좋을 만큼 뉴욕필의 재량에 맡겼다. 따라서 미국 곡도 프로그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250명의 단원과 악기를 실을 비행기는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한다. 평양 공연 비용은 MBC가 지불하기로 했다. 평양 공연에 이어질 서울 공연 중계권을 갖는 조건이다.

이 공연 기획은 8월 북한 문화부가 뉴욕필에 팩스로 보낸 영문 초청장 한 장으로 시작됐다. 국무부의 도움을 받아 북한 측과 협의했다. 하지만 공연이 확정되기까지 무산 위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단원과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일부 단원은 "뉴욕필의 공연이 북한 독재정권의 선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로린 마젤 음악감독 등이 꾸준히 설득해 최근에야 단원들이 모두 합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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