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1600억弗…보름새 51억弗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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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1천6백억달러를 처음 돌파하는 등 국내시장에 외국돈이 넘치고 있다. 한편에선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개입을 멈추지 않을 태세여서 외화 풍년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외국돈 넘친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1천6백25억9천만달러로 보름 새 51억4천만달러 늘었다. 한은이 보름 단위로 이 수치를 내기 시작한 1998년 5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지난해 월 평균 증가액(28억달러)의 두배 가까운 규모다. 외환보유액의 증가 속도에 가속이 붙는 양상이다.

외화예금도 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외화예금은 지난해 1월 말 17조8천억원에서 12월에는 20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외국돈이 국내시장에 넘치는 것은 주식투자와 수출 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주식투자와 경상수지흑자 행진이 지속되면서 서울외환시장이 달러 과잉상태에 빠진 것.

덩달아 외환거래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1월 현물환 거래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33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1%나 급증했다.

◇동전의 양면=한은은 외환보유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관리하기가 버거워졌다. '경제규모에 비해 외환을 너무 많이 보유하는 게 아니냐''달러값이 떨어지니 달러 이외 자산으로 위험분산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등의 외부 여론과 훈수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하지만 당분간 외환보유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고민이다.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을 잡아 수출기업들을 보호하려면 외환당국이 달러를 자꾸 사들여야 하고, 이는 다시 외환보유액을 늘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7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려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하락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거듭 확인한 셈이다.

홍승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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