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기택대표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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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신의 의원직사퇴서를 내면서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한 이기택(李基澤)민주당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다.그가 왜 갑자기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사회는 성수대교 붕괴후에도 육교의 붕괴,지하철의 위기일발,인천(仁川)에 이은 부천(富川)의 도세사건등 잇따른 사건.사고로 민심은 불안하고 극히 뒤숭숭한 분위기다.이런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급선무는 차근차 근 문제를 풀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李대표가 돌연 의원직사퇴를 밝히고,헌법에도 없는 국회해산까지 요구하다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12.12관련자 기소문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여야대립과민주당내부의 이견등으로 미루어 볼 때 벽에 부닥친 李대표의 좌절감은 짐작한다.정부.여당은 기소요구를 외면할 뿐 아니라 영수회담까지 불응한채 단독국회로 가고 있고,민주당내 에서는 끊임없이 등원론(登院論)이 나오는데다 김대중(金大中)씨까지 그의 등원거부를 비판하고 나섰으니 그가 정치적 궁지(窮地)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1야당의 대표라는 무거운 책임을 진 정치인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돌발적으로 국회해산을 요구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은 헌정(憲政)변혁을 뜻하는데 이런 엄청난 일을 쉽사리 입에 올릴 수 있는가.의원 직도 단순한개인의 감투가 아니라 국민위임을 받은 것으로 생각해야 옳다.
우리는 李대표의 이런 돌발적 언동이 정국불안과 민주당의 내분(內紛)격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민주당에서는 필경 그를 따르자는 주장과 비판하는 주장이 대립할 것이고,이탈자가 생길지도 모른다.이런 와중에서 국회정상 화는 더욱 어렵게 되고 정국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게 뻔하다.
우리는 李대표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늦었지만 李대표 본인을 포함한 여야지도자들의 냉정을 촉구하고자 한다.지금 국민과 상황이 요구하는 것은 뻔하다.대국적 견지에서 정국정상화.국회정상화를 가져올 정치가 재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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