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사회학>투유 초콜릿-신세대 사랑법 수채화처럼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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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짙푸른 초저녁 어둠이 하나둘씩 켜지는 가로등 오렌지빛에 자리를 내주는 홍콩 침사초이 이스트파크의 번화한 부둣가를 한쌍의 젊은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싱겁도록 큰 키에 망설임 가득한 표정의 남자와 새침한 얼굴로그를 외면한 채 앞장서 걸어가는 여자.
얼굴에 낭패감과 초조함이 수차례 교차되고 드디어 결연히 내던지는 남자의 말 한마디.
『야,난 네가 좋단 말이야.』 잠깐동안 긴장과 침묵이 흐른뒤돌연 넥타이를 낚아채 바짝 잡아당긴 여자가 깜짝 놀란 남자의 얼굴에 대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바로 그거야.』 「투유 초콜릿」CF는 이처럼 솔직한 감정표현의「신세대 사랑법」을 투명한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신세대 사랑법은 매개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비비꼬는 은유적 표현보다는『너를 좋아한다』는 직설법이 체질적으로 맞다.왜냐하면 신세대들에게 사랑은 낭만도 아니고 운명은 더더욱 아니며바로 현실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적극적 사랑 표현은 과거 자존심 탓에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애태우던 여성들이 더욱 절실한 것 같다.신세대들에게 내숭은 더이상 여성의 전매특허가 아니란 얘기다.
제일기획 제작팀 역시『여성들의 자기주장과 감정표현이 더욱 적극적인 대신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모습으로돼가는 신세대의 사랑 만들기를 표현코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남자는 초콜릿을 내미는 것으로 사랑 고백을 대신해보려 하지만자신의 선택에 따라 당당하게 애정을 요구할 수 있는 신세대 여성에게 이같은 구식 수법이 먹혀들리 만무다.
용기없는 남자를 이해로 감싸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 보다 화난 표정으로 압박을 계속해 결국 원하던 말을 이끌어내고는 불필요한 내숭 없이『멍청아,그말이 그렇게 어려워』라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자존심도 지키고 자신이 선택한 사랑도 얻어내는 현명함,그것이 곧 신세대 사랑법이고 이 CF는 그것을 15초 예술로 잘 표현하고 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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