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31>내 골프의 지구력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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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15면

짧은 거리라도 전동 카트를 보면 걷는 것보다 타는 쪽을 택한다고요? 전반 홀보다 후반 홀의 스코어가 더 나쁘지 않던가요.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마지막 서너 홀을 남겨놓고 너무 많은 스코어를 한꺼번에 까먹지는 않나요?
많은 골퍼가 ‘골프의 지구력, 골프의 기초체력’ 때문에 고민하지만 라운드가 끝나면 금세 잊어버린다. 지난 시즌에도 한두 번은 이런 고민을 해보았으리라. 어떻게 하면 의기양양했던 1번 홀처럼 마지막 18번 홀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이곳 브리즈번에서 ‘게리 플레이어 주니어골프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온 골프 유학생들도 출전했다. 그들 가운데 낯이 익은 두 학생을 대회가 끝난 뒤에 만나보았다.

“어땠어?”

두 학생은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한 학생이 모기 소리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날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요. 이틀째 경기에서 저 친구는 89타를 쳤고요, 저는 90타요.”

납득이 가지 않았다. 두 학생은 공식 핸디캡이 4~5일 정도로 샷이 좋았다. 그것도 호주 골프장 중에 코스 난도 25위 안에 들 정도로 아주 까다로운 코스의 풀백 티에서 작성된 핸디캡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필자는 그들의 평소 라운드 습관에서 힌트를 찾았다.

이들은 날씨가 무덥고 홈코스의 전반 9홀이 오르막이라는 이유로 전동 카트를 타고 라운드를 해왔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골프백을 손수 끌고 걸으면서 36홀 경기를 마쳐야 했다. 힘에 부쳤으리라. 저녁마다 체육관에서 따로 체력훈련을 했으나 효과를 보
지 못한 것이다.

“이틀째 경기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도대체 스윙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게 이들의 고백이다. 딱 한 번의 잘못된 샷으로 경기 흐름이 끊기자 아주 빠르게 체력소모가 진행됐고, 집중력 또한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골프가 그렇다. 체력적으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일관된 스윙을 구사할 수 없게 된다.

지난 2005년 최경주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는 “스윙의 교본은 따로 없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어떠한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의 ‘스윙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일관된 샷을 구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스윙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튼튼한 ‘스윙의 집’이 필요한데 그 근간은 집의 외관을 지탱시킬 수 있는 하부구조, 즉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실천이 쉽지 않다.

호주의 두 골프 유학생과 최경주의 에피소드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내년 봄을 위해 체력을 키우는 것은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그때 가서 ‘벼락치기 공부’를 해봐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꾸준함이 비결이고, 겨울은 그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최경주의 기록을 살펴보자. 그는 올해 정말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올 시즌 PGA투어의 공식 기록을 살펴보면 최경주의 전·후반 각각 9홀의 평균 스코어는 35.20타로 똑같다. 일관된 스윙을 위해서는 체력도 ‘내 골프의 체질 개선’의 핵심 대상인 것이다. <브리즈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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