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문제 핵심 콕콕 짚어내는 세상 보는 잣대 있나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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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판력 아카데미
김영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312쪽, 1만2000원

여기서 비판력은 반대를 위한 반대, 그러니까 사물이나 현상을 삐딱하게만 본다는 뜻이 아니다. ‘나 자신’만의 확고하고 올바른 주견을 갖기 위한 받침점을 뜻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의 비판력을 키워줄, 영양가 있고 볼 품 있는 성찬(盛饌)이라 할 만하다.

우선 지은이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15년 간의 정치부 근무 등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인문·사회 과학분야의 이론과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으니 식견이 범상할 리 없다.

그런 그가 다인종 사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달군 50개의 사회 이슈를 골랐다. 한미FTA· 북핵 문제 등 거대 담론에서 청년실업· 황혼이혼 등 실생활 문제를 포함한 생각거리만 봐도 한 해의 사회흐름을 짚어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논객들의 관련 글을 묶었다. 명 칼럼· 사설에 주장에 지은이의 논평이 더해져 문제의 핵심을 객관적으로 명쾌하게 정리된다.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신정아 사건’ 편을 보자. 먼저 전봉관 카이스트 교수의 신문칼럼 전문을 실었다. 학력위조가 발단이 되어 권력비리· 재벌비리가 뒤얽힌 대형사건으로 번진 사건을, 지은이는 “학력을 위조하면서까지 시도했던 출세와 성공을 위한 줄타기에 함께 꼬여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 지도층의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낸 희화적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학력 위조가 아니라 거짓말에 있다” “우리 사회가 학벌사회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사건 관련자들을 학벌사회의 희생자처럼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는 전 교수의 주장을 풀어준다.

‘중심잡기’가 어느 때보다 긴요한 때다. 대선을 앞두고 진위를 가리기 힘든 공방이 어지럽게 떠돌기 때문이다. 설사 책에 실린 논객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의견이 날카롭게 맞서는 현안에 대해 자기만의 잣대가 있다면 사회생활에서 유용할 터다. 뿐만 아니라 ‘베르테르 효과’ 등 용어풀이를 덧붙여 대입논술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특히 반가워할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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