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타개의 급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강전 하이라이트>
○·유창혁 9단(한국) ●·구 리 9단(중국)

한국에 이세돌 9단이 있다면 중국엔 구리 9단이 있다. 적어도 중국에선 그렇게 생각한다. 유창혁 9단은 물론 전만 못하다. TV 해설에다 한국기원 상임이사, 도장 운영 등 일이 산적한 상태라 모든 승부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러나 큰 승부에 임하면 예전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군림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가 강적들을 꺾고 성큼 8강까지 올라오자 검토실을 가득 메운 후배들은 연일 “대단한데요”하며 감탄 일색이다. 하지만 오늘의 상대는 구리. 여기서 유 9단의 진격이 가로막혔다.

◆장면도(126~130)= 우변에서 상변으로 빙 돌아간 흑대마를 향해 유창혁 9단이 총공세를 펴고 있다. 대마는 엄청난 규모지만 한 집밖에 없다. 문제는 이 공격에서 뭔가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 실리가 부족한 백은 그대로 밀릴 수 있다는 것. 흑▲로 탈출하자 126. 이 측면의 급소 한 방으로 흑은 숨이 갑갑해진 느낌이다. 130에 이르러 완전 포위. 하나 잠시 후 밝혀지게 되지만 백의 포위망은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타개의 첫 수는 어디일까.

◆실전 진행(131~139)=구리는 133으로 끼웠는데 이 수가 무릎을 치게 하는 급소였다. 135가 놓이면 A로 찝는 노림수가 성립된다. 136의 수비는 생략할 수 없고, 그 틈을 타고 139로 살아 흑의 승리가 굳어졌다. 271수 끝 흑 9집 반 승. 구리 9단도 4강에 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