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조건 登院.폭넓은 협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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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정국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한마디로 이런 저질(低質)정치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 하는 울분일 것이다.할 일이 산더미같은데 국회를 저 모양으로 팽개친채 명분론(名分論)을앞세운 오기와 감정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신물난다 는 소리가 안나올 수 없다.
우리는 새삼 여야 정당의 무위무능(無爲無能)과 지도력 부재(不在)를 개탄하면서 정치권(政治圈)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냉소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여야 내부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이렇다할 노력조차 나오지 않는데 대해 실망을 느낀다.정국타개의 유일한 방법처럼 기대되던 영수회담마저 의제(議題)와 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성사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쯤 되면 야당에선 당연히 국회등원론(登院論)이 나와야 한다.12.12기소문제만이 정치의 전부가 아니지 않는가.예산안.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성수대교 붕괴로 확인된 주요시설의 안전문제,국가경쟁력문제등 산적한 현 안들을 야당이라고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12.12문제와 이들 문제들을함께 다루는 것이 왜 안된다는 것인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야당은 12.12기소지지 여론이 높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등원거부를 질타하는 여론이 더 높다는 사실은 왜 알지 못하는가.국회의원의 의무인 등원을 협상조건으로 내세워 여당으로부터 뭔가 얻어낸후 국회에 들어가겠다는 쩨쩨한 계산보다는 이번주부터 무조건 등원하기를 촉구한다.야당 일부에서 거듭 거론하고 있는 장외(場外)투쟁은 솔직히 말해 이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런 정국상황을 아무런 대책없이 두고 보고만 있는 여당도 한심하다.야당이 문제삼는 기소유예에 대해서는 현정권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당당한 입장표명쯤은 있어야 할텐데 지금 보면 여당은 논리도,협상력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의 국회공전을 막기 위해 야당의 무조건 등원과 영수회담을 위시한 여야간의 폭넓은 협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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