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고르 선언과 한국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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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태(亞太)경제협력체(APEC)18개국 지도자들이 역내(域內)무역자유화의 시한을 정한 보고르 선언을 채택함으로써 무역자유화의 구체적 내용과 실현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배경과 전통을 지닌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한 교역그룹으로 묶은 것이 이번 APEC 2차 정상회담의 성과다.다만 무역자유화란 끈으로 한번 더 묶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한마디로 APEC는 또다른 보호장벽을 세우지 않으려고 개방적 지역주의를 추구한다고 선언하기 전에 역내 국가들 사이의 합의 도출부터 주력해야 할 고단한 앞날이 예견되는 것이다.
선진국 2010년,개도국 2020년으로 정해진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는 아세안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 합의된 것이다.때문에 이들은 이 목표연도가 구속력(拘束力)이 없다는 점을 회담 뒤에도 강조하고 있다.따라서 앞으로도 이들의 반발 을 누그러뜨리려면 무역자유화는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APEC가 추구하는 무역자유화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95년부터 즉각 자유화 논의에 들어 간다고했을 뿐이다.우선 각료회의에서 채택한 투자 자유화 추진노력과 통관절차 간소화,공산품 규격통일등 몇가지 기초적 인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미국(美國)은 亞太지역의 조속한 공동체화(共同體化)를 통해 이 지역,특히 일본(日本)으로부터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해소하려고 하지만 아직 자유화 준비가 덜된 개도국들은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실증됐듯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력은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자유화 목표연도를 설정하는데 성공한 미국은 내년부터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펼쳐 보일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조정자역을 자임(自任)하는 우리로서는자유화 목표연도를 2010년으로 예정했던 신흥개발국이란 범주를없앴다는데 너무 안심해서는 안된다.국제화.개방화에 대한 대비를서두르는 한편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더욱 박차 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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