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김영재 교수 “국산 애니, 방송 편성에서 역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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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는 방송 편성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김영재 교수는 5일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의 해외진출 성공사례 발표 및 국내 방송시장 개선 방안 마련’ 세미나 기조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금이의 꿈 2기’는 일본 NHK에서 5.9%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국내에선 1.1%에 그쳤다. NHK에선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방송된 반면 MBC에선 수요일 오후 4시 30분에 전파를 탔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주로 평일 오후 4시~5시 30분에 편성되는 국산 애니메이션은 1%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총량제’(지상파 방송 시간의 1%이상 신규 제작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 케이블은 방송 시간 35% 국산 애니 할당) 도입 이후 창작 애니의 제작 편수가 늘고 해외에서 위상도 높아졌지만 오히려 국내 방송에선 찬밥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의 경우 황금시간대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집중 편성하고 시청률 0%가 나오는 자정~새벽6시 사이에 국산 애니를 주로 편성하는 등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아이언 키드(사진)’ 제작사인 디자인 스톰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완구·라이센싱 등 부가 산업까지 성과를 거두는데, 국내에선 투자금 50%를 회수하는 것조차 어려워 차기작을 준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KBS 김광필 어린이청소년 팀장은 “애니메이션 시청층이 케이블로 넘어가 시청률이 저조한데다, 총량제 규정에 묶여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며 “질 좋은 국산 애니가 있는 반면, 총량제를 겨냥한 값싼 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방송사 입장에선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투니버스 김동현 편성팀장도 총량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하루 8시간 30분을 국산 애니로 채우려다 보니 새벽 시간대 재방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신작으로 프라임타임을 채우기엔 국내 생산량이 적고, 채널간 경쟁은 심해 검증된 외국 작품을 선호하게 된다”며 “무리한 총량제를 고수하기 보다는 프라임타임에 국내 애니를 편성하면 채널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선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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