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불신무엇이문제인가>1.심판 로비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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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최근 여자실업농구계에서 심판을 외국에서 수입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국내심판들은 못믿겠다』는 것이 심판수입안의 근거다.그러나 본지(本紙)조사결과 여자실업팀 대부분이 그동안 금품수수가 계속돼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농구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심판로비와 편파판정 문제는 구단 고위층과 감독.코치등 팀관계자,심판.협회등 농구인들 스스로 총체적으로 만들어온 문제였다.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해 심판로비에 의한 편파판정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한다.당 사자인 팀과 심판들의 각성뿐 아니라 협회의 강력한 규제,언론의 감시,그리고 이제는 관중들까지 나서서 뿌리 뽑아야 한다.본지는 4회에걸쳐 심판매수 시도와 로비 실태를 파헤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한다. [편집자註] 국내여자실업농구팀 대부분이 지금까지 심판에게 로비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본지가 최근 13개 여자실업팀 감독.코치.팀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거의 모든 여자실업팀이 심판로비를 해왔다고 응답했고 로비사실을 부인한 팀은 3개팀 뿐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실업팀들이 그동안 심판로비를 부인해온 것을 직접적으로 뒤엎는 것이다.13개팀중 심판로비를 했다고 직접 실토한 팀은 10개팀이며 이중 5개팀은 경기를 앞두고「이기게 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했다.경기가 끝난 후 심 판들에게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한다고 응답한 곳도 5개팀이나 된다.
경기전 심판을 매수(농구인들은 베팅으로 표현)한다고 응답한 5개팀중 필요할 경우 제한없이 무조건 베팅한다는 팀도 한팀 있었고 나머지는 한시즌 1~3회정도라고 밝혔다.
이중 3개팀은「거의 1백% 효과를 봤다」(심판의 유리한 판정으로 승리할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돈을 주고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한 2개팀은 심판이 양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액수가 높은 팀을 밀어줬다고 주장했다.
감독이 직접 심판에게 금품을 전달한 팀은 2개팀,나머지는 중개인에게 의뢰한다고 응답했다.농구계에는 이같이 심판로비와 금품전달을 전담하는 중간역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팅 1회당 비용은 현금의 경우 50만원이 기본이며 플레이오프등 상위권 진출의 고비가 되는 게임에는 1백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경기후 「사례」하는 경우는 식사등 향응과 교통비.목욕비 명목으로 20만~30만원 정도.
그러나 전임심판들은 『실업팀들로부터 유혹은 있었지만 돈을 받고 편파판정을 한 적은 없다』고 응답했다.
11월 현재 전임심판으로 등록된 12명중 설문에 응한 7명 모두 『제의는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했다.즉 『돈 준 사람은 있어도 받은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조사는 가장 판정시비가 잦은 여자실업농구계에서 실제로 심판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농구팬들을기만하는 승부매매가 관중들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충격적인 보고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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