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간 박근혜 "집권세력 바꿔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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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4일 전주시 서노송동에서 열린 이명박 대선 후보 지지 연설회에 참가해 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 선물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전북 부안과 전주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쳤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해남.강진을 찾은 지 닷새 만에 또 호남을 방문했다. 네 번의 지원 유세 중 절반을 호남에서 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은 "호남은 당의 최대 취약 지역이고, 박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호남 지역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전북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정치적 텃밭이다. 박 전 대표는 이곳에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전주 코아백화점 앞 유세에서 "지난 5년 우리 경제는 투자도 안 되고 일자리도 사라졌다"며 "아이들 교육은 무너지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마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정권을 잡고도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현 정권은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대선은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집권 세력을 바꾸는 것"이라며 "집권 세력이 바뀌는 건 한나라당의 집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나아갈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고, 국민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이 운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BBK 수사 발표가 예정된 5일 하루를 쉰 뒤 6일(강원도), 7일(인천) 다시 지원 유세에 나선다.

그는 BBK 수사 결과에 따라 유세 스타일 변화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솔직히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가 큰 문제 없다는 식의 수사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90% 정도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이 후보와 관련한 혐의가 깨끗해진다면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내 조직들이 이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 측근들 사이에선 3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정몽준 의원 입당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당 안팎에선 벌써 두 사람의 경쟁을 예상한다. 이런 탓에 박 후보 측 일각에선 "이명박 후보 측이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정 의원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한 측근은 "이명박 후보와 정 의원 사이에서 다음 대권 후보로 밀어주겠다는 밀약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부안.전주=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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