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BBK 진실게임' 진위 판정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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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BBK 이면계약서'의 진위 공방이 단순 방정식으로 정리되는 양상이다. 이덕훈(62.e캐피탈 전 회장) 세흥개발 회장과 홍종국(48) 전 e캐피탈 대표가 이면계약서 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BBK가 1999년 9월 금융감독원에 투자자문업을 등록할 당시 30억원(지분 98.36%)을 투자한 BBK 초기 동업자들이었다.

BBK 실소유주의 실체 공방은 서울로 송환된 김경준씨가 '2000년 2월 21일자 BBK 주식매매계약서'라며 이 문건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계약서에 '이명박이 소유한 BBK 주식 61만 주를 김경준에게 판다'고 써있다. 김씨는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였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의 진위 여부에 따라 자칫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과 횡령 사건의 공범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면계약서는 대선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회장과 홍 전 대표는 각각 지난달 29일과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e캐피탈이 99년 9월 BBK와 50 대 50 합작계약을 해 처음 30억원(60만 주)을 투자했다 99년 말 김씨가 합작계약에 따라 자기 지분 30만 주를 사갔고, 2000년 2월 28일 이후 나머지 30만 주를 사갔다"고 했다. e캐피탈이 초기 BBK와 50대 50 합작관계였다는 얘기다.

홍종국씨는 이면계약서의 존재가 공개되기 전인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해 똑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면계약서처럼 '이명박 후보가 BBK 실소유주'라는 주장은 아직 나오지 않던 때였다.

홍씨와 이씨 두 사람의 증언이 중요한 것은 이면계약서의 작성시점 때문이다. 계약서 내용이 사실이려면 이 후보가 계약 체결 전(2000년 2월 21일 이전) BBK의 발행주식 100%인 61만 주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0년 2월에는 자신들의 회사인 e캐피탈이 BBK 주식 30만 주(약 49%)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자신들의 지분을 먼저 샀어야 BBK를 소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느 측이 진실이냐에 따라 BBK 실소유주 논란은 조만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e캐피탈과 김경준씨의 돈거래 흐름을 추적해 실제로 양측의 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경준씨가 한국 검찰의 수사력을 너무 얕본 것 같다"며 "이면계약서가 김씨를 옭아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정효식.최선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BBK 이면계약서=작성일이 2000년 2월 21일로 된 2쪽짜리 한글 주식매매계약서다. 내용은 '매도인 이명박이 매수인 김경준씨에게 BBK투자자문 주식 61만 주(100%)를 49억9999만5000원에 판다'는 것이다. 김경준씨 어머니가 귀국해 김씨에게 전달, 검찰에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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