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경제학>신부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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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가을 어느날 갑자기 엄습한 인생의 슬픔을맛보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그들에게는 여성들과 다른 고뇌가 있다.사회인으로서 갖게되는 긴장과 욕망이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정비석(鄭飛石)은 「가 을이 열매의 계절이라고 하나 역시 서글프고 애닯은 계절」이라고 읊었다.
그러나 10여년후의 가을은 남성들에게 더욱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계절로 다가올지 모른다.20대 또는 30대 남성들을 서글프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신부 쟁탈전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때 결혼 적령기에 이른 남자 4~5명 가운데 1명은 배필을찾지 못해 방황하게 되고 이로인한 엄청난 사회문제가 일어나게 될것이라고 인구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결혼시장(市場)에서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르는 남성우위(優位)시대는 20세기 말을 끝으로 사실상 종을 치게 되었다. 지난 70년에는 결혼 적령기의 여자가 남자보다 11%나 많았다.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남자가 여자보다 10%나 많고 오는2010년에는 남자가 더욱 크게 늘어나 무려 29%의 증가율을나타낼 것으로 통계청이 추계(推計)하고 있다.
결혼시장에서 여성우위시대로의 반전(反轉)으로 여권(女權)의 신장(伸張)과 함께 미처 생각할수도 없었던 별별일이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경제활동 인구 구성이 달라지고 기업의 조직이나 제품개발 및 생산 판매에도 여성파워 가 불기 시작할 것이다.
총각의 누적은 연상(年上)여인과의 결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지난 75년에는 부부간의 연령차이가 한살 이내인 경우가 같은해 결혼한 전체 부부의 19%였으나 90년에는 41.2%로 증가했고 아내의 나이가 남편보다 두살이상 많은 경우 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누나같은 아내」의 증가가 남성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것인가에대해서는 인구학자들이나 여성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다르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든가 또는 아들만 낳겠다는 「性의거절」이나 「性의 선택」현상이 장기간 지속될때에는 남성사회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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