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못 미더운' 중국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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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6일 5000선 아래로 밀린 뒤 사흘 연속 급락했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29일 4.16%나 오른 5003.33으로 마감, 다시 5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거품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치솟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국 증시는 이달에만 15.9% 하락했다. 2005년 1월 이후 월별로 가장 큰 하락폭이다. 때문에 중국 증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비관론이 최근 들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내년 1월 9000을 넘는다”(짐 로저스), “중국 주식 매입은 조심해야 한다”(워런 버핏)처럼 세계적인 투자 고수들의 향후 전망은 극과 극이다.

◆투자심리 위축=중국 증시 이상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하루 900억 주에 달했던 거래량이 이달 들어 300억 주로 급감했다. 거래대금도 1100억 위안에서 500억 위안으로 줄었다. 세계 증시가 상승세를 탈 때 ‘나 홀로’ 내리막을 걷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하는 페트로차이나는 상장 이후 주가를 3분의 1가량 까먹었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은 중국 정부가 돈줄을 죄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에는 연말까지 대출 자제령을 내린 상태다. HSBC 진트러스트펀드의 얀지 애널리스트는 “그간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정부 대책이 효력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한 중국 펀드에 영향을 주는 홍콩H지수도 중국 상하이지수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H지수는 이달에 15% 빠졌다. 한때 수탁액이 16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던 중국 펀드는 이달 20일부터 하루에 200억~300억원씩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4500이냐 8000이냐=주가가 5000선 아래로 밀려난 뒤부터 중국 증시의 대세 상승이 막을 내렸다는 약세론이 득세하고 있다.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분석이다. 모건 스탠리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급락할 경우 198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일본 증시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맞물려 주가가 1년 만에 반토막났다. 중국 션인완궈증권 리휘용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4500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다시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은 여전하다. 기업 실적이 워낙 좋은 데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게 근거다. 최근 중국 증권보가 72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상승세가 여전하다”고 답했고, 40%는 “내년 주가가 80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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