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中庸의 참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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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영향을 주고있는 유교 덕목의 하나가 중용을 지키는 것이다.중용은 원래 중국 주자의 사서(四書)의 하나로 극단 혹은 충돌하는 모든 결정에 있어 중간의 도(道)를 택하는 현명하고 신중한 행동을 뜻한다.모든 가치의 상대성을 중시하는 철학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적당주의로 둔갑해 모나지 않게 언행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처세술인 것처럼 인식되어왔다.자신 한사람의 이해에 국한되는 문제에 대해 남에게 양보하는 것은 더할 수 없는 미덕일 것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조직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든지,사회나 국가로부터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적당주의나 온정주의에 흐르게 된다면 그 해악이 많은 사람에게 돌아온다.옳고 그름이 분명한 것에 대해서까지 자기의 의사 표현이나 행동을 적당히 얼버무려 무조건 모나지 않게만 처세하려는 풍토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은 일 잘하는 사람은 칭찬하고 잘못하는 사람은 꾸짖어 주어야만 조직의 기강도 바로 서고 결국 부하직원들의 자기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인간 사회에 절대선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집(我執)을부린다든지 지위가 높다고 해서 권위를 앞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좋은 의견과 창의는 살려주면서 신상필벌(信償必罰)을엄격히 하는 것이 관리자의 기본책무라 하겠다.
국가를 경영하는 큰 기능을 정치와 행정이라고 한다면 정치는 어느정도 중용의 도를 지켜 상대방을 감싸주고 약자를 보살피는 아량이 있어야겠지만 행정은 합리화를 추구하고 엄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와 행정이서로 보완적 기능을 수행할 때 국가 운영이 부드러우면서도 능률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본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세우고,사회경제질서를 올바르게 확립해 나가려면 중용의 참뜻을 혼돈하지 말아야겠다.
〈경제기획원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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