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통령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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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대통령은 동네북인가」「대통령은 한 임기만 채우고 내팽개치는 1회용 소모품인가」-.대통령제의 고장 미국에서 고개를 드는 의문이다.대통령을 탓하고 욕하는「대통령 질타(叱咤)」는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물론이고 황혼길의 프랑스 미테랑대통령도「천덕꾸러기」다.러시아의 옐친대통령은 숨어 살 듯 숙소조차 베일에 가려 있다.
국가정상인 영국의 메이저총리,독일의 콜총리,그리고 뻔질나게 바뀌는 일본의 총리는 보기에도 안쓰럽다.「지도자의 실종시대」로도 불린다.
『대통령제의 현주소』를 쓴 대통령학의 권위 토머스 크로닌의 반문(反問)이다.『미국국민들은 4년마다 신선한 슈퍼스타 대통령을 주문한다.조지 워싱턴의 판단력에 제퍼슨의 총명,링컨의 천재,루스벨트의 정치적 지혜,게다가 존 F 케네디의 상큼한 젊음까지 요구한다.이런 슈퍼스타가 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한마디로 과잉기대다.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과 책임을 지워 그를짓누르고 끝내는 파괴한다.이를 자초(自招)한 대통령 자신,그를나무라는 국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진단이다.
근대적 대통령제는 세계대전과 냉전 등 위기의 산물(産物)이다.위기가 가시면 대통령자리는 자연 빛을 잃는다.민주주의가 성숙될수록 시민들은 정부를 싫어한다.정부의 크고 작은 모든 잘못은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대통령 질타」의 보다 근본적 원인은 역설적이고 상호모순적인국민들의 기대라고 한다.비전과 결단력,때로는 강한 카리스마로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하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강력해지거나정치적 영웅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리더십을 촉구하면서도 협력과 추종은 꺼린다.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대중들은 깊은 생각 없이 바라는 것을 얘기하고 대통령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한다.
이는 대통령 질타로 되돌아온다.
경영이론가 피터 드러커는 대통령의 국가경영에 6개 수칙(守則)을 제시한 적이 있다.
꼭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하고 이에 집중한다.세세한 일에 관여하지 않고 친구나 인척을 정부내에 포진시키지 않는다.무엇이든쉽게 생각하지■말고 재임 중 정치적 캠페인은 일절 삼간다.표를찍어 준 사람들의 대통령이 아니고 모든 국민의 대통령임을 명심하는 일이 대통령 질타를 면하는 첩경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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